70~80년대 사실적 구상회화 김창렬·고영훈등 8명 초기작 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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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국미술사에서 1970년대는 한가지 색으로 화면 전체를 뒤덮는 추상화인 모노크롬(단색 회화)의 시대로 분류된다. 그 다음의 80년대는 현실참여적인 민중미술이 미술계의 주류를 이뤘다.

두 시대의 강력한 파도 속에서 나름의 세계를 세우고 지켜온 작지만 중요한 흐름이 있다. 보통 극사실주의로 불리는 사실적 구상회화의 흐름이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02-3457-1665)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은 그림?'전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30일까지). 한국미술사에서 공백처럼 남아 있던 70~80년대의 구상회화 흐름을 새로 정리하겠다는 기획이다.

참여작가는 김창렬·고영훈·서정찬·이석주·조상현·지석철·차대덕·한만영씨 등 8명. 극사실적인 회화로 자기 영역을 확보한 작가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자신들이 이같은 경향을 정립해나가기 시작했던 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에 제작한 초기작을 출품했다.

재미 있는 사실은 전체 출품작 31점 중 18점이 '화가 소장'이라는 점이다. 작가들은 "당시 미술시장은 사실주의적 그림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작가 소장이 아닌 13점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 소장품이다. 이는 이들의 세계가 독자적인 흐름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서양화가 고영훈씨의 경우 홍익대 3학년 때인 74년에 그린 '1950.6.25' '1951.7.28' 등 세점을 내놨다. 배낭과 군화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들은 "전시를 계기로 작업실을 뒤져 30년 만에 찾아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소재를 돌멩이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창렬씨는 수많은 물방울이 화면 위쪽을 가득 채운 '물방울'(73년)을, 이석주씨는 붉은 벽돌담을 과장된 사실주의로 묘사한 초기작'벽'(78년) 등 자신이 소장한 초기작을 내놨다.

김미경(강남대 교수)씨는 평론을 통해"작품의 겉모습은 미국의 극사실주의와 같지만 미술사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게 우리의 구상회화"라고 말하고 "선배세대에게 영향받고 반발하는 작가별 반응양식을 별도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3457―1665.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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