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점 개설 비용 "이젠 고민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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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맛나 김밥집은 전국에 10개 체인점을 갖고 있다. 전주체인점을 추가 개설하기로 했는데 본사가 파악하고 있는 소요 경비는 1억 여원. 전주체인점을 맡겠다고 신청한 김갑수씨가 조달할 수 있는 돈은 5천만원으로 5천만원이 부족했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맛나 김밥집은 전국 체인점 정보를 모두 가스닥에 등록하고 전주체인점 공개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가스닥에 등록된 맛나 김밥집의 1년간의 매출현황을 파악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투자하게 된다.

조흥은행 등이 추진하고 있는 가스닥 운영의 한 단면이다. 가스닥은 가맹점스톡마켓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가스닥과 그 정보를 신뢰하고 투자하게 되는가.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신용카드로 거래를 할 경우 가맹점에서 VAN(신용카드 조회 및 승인을 위한 부가가치망)사를 경유해 카드회사로 각종 구매정보가 전송된다.

이 때 VAN사는 신용카드와 관련된 모든 거래실적 데이터를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지금까지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이 정보가 공개를 원하는 가맹점에 의해 공개될 경우 그 정보는 가맹점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가스닥에는 이런 정보들이 공개되고 투자자들은 이를 근거해 투자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가맹점의 매출은 신용카드 거래 실적보다 훨씬 높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가스닥은 스몰비즈니스의 신용을 평가하고 거래하는 중요 시장이 될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크레비즈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스닥시장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한 투자유치시장도 만들 수 있다.

가상상황을 제시해보자. 유별미씨는 10년간 고급호텔 일식집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했다. 이제는 일식집을 스스로 내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문제였다. 유씨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웹사이트에 자신의 경력과 사업계획, 근무하고 있는 호텔 일식집을 방문해 자신의 음식솜씨를 검증해도 좋다는 내용을 올렸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유씨의 일식집을 방문해 유씨의 실력을 알아보고 투자판단을 내렸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한 투자유치시장은 이처럼 특정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본이 없는 소기업과 개인을 위한 자금시장이다.자금을 유치하려는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일정한 시장에 공시한다. 사업계획과 필요한 자금도 알린다.

투자자들은 이를 보고 투자함으로써 자영업자 등 스몰비즈니스를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지금까지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적용됐다.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이 활성화할 경우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개인도 활발히 사업을 펴나갈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연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위한 투자유치 시장을 개설키로 하고 작업 중이다. 이들은 이어 가스닥 시장 개설을 위한 여건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가스닥 시장에서는 투자유치하려는 가맹점의 매출액을 매일·매주 혹은 매월 단위로 지수화해 투자자들에 객관적인 투자자료를 제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 시장에서 이미 투자한 지분을 팔 수도 있다.

이를 추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가맹점의 신용카드 매출액이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항상 공개되므로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안지 않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닥 시장이 활성화되면 현물시장의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지표가 될 것이라고 이 회사는 내세운다.

조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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