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벤처 산업 '크레비즈'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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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크레비즈(CreBiz). 낯선 단어다.하지만 앞으로 이 단어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될 말일지도 모른다. 크레비즈는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를 줄인 말이다. 창조산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출하는 새 비즈니스를 뜻한다.

20세기를 돌아보자. 20세기는 분명 정보화 사회였다. 정보 즉, 지식이 주도하는 지식산업의 시대였다. 여기서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발상을 불어넣는다면. 엄청난 변화가 일 것이다. 크레비즈는 이를 통해 새 환경에 맞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크레비즈를 21세기 산업의 꽃이라 부른다. 정보와 지식의 기반 위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첨가돼 새 비즈니스와 부가 창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휴대폰을 보자. 처음에는 단순히 무선전화를 위한 기기였다. 그러나 여기에 갖가지 아이디어가 추가되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폰은 이제 신용카드로 변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휴대폰에 대해 '단순히 통화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면 휴대폰은 아직 전화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가되자 신용카드도 되고 아바타를 내려 받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는 부가가치는 이동전화업체는 물론 카드업체에도 엄청나다. 휴대폰에 새 아이디어를 더 추가한다면 휴대폰은 앞으로도 더 엄청난 크레비즈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크레비즈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 흐름을 빨리 읽고 적응하는 것이 21세기 개인은 물론이요 기업·국가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일본·호주 등은 크레비즈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크레비즈를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적인 화두로 삼고 정부 차원에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 중소기업청은 '제3 밀레니엄 보고서'를 냈다. 여기에는 크레비즈와 그 기업의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일본은 중소기업지원법에 창조성 지원방안을 담고 중소기업의 창의력 창출을 지원하고 나섰다. 호주에서는 크레비즈 웹사이트가 구축돼 국제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일부 연구소에서 개념을 도입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일부 대학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 정도다.

'크레비즈는 사람이다'. 크레비즈의 핵심은 인력이라는 의미다. 크레비즈 전문가들은 이런 명제 하에 창조적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조적 천재 한 사람이 새로운 룰을 만들고 새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레비즈에서는 문화적 경쟁력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크레비즈는 문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크레비즈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경제법칙보다도 문화법칙이 우선한다는 얘기다. 20세기는 정보혁명의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는 문화적 기반을 둔 창조혁명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고한다.

크레비즈 전문가들은 그래서 벤처와 문화의 만남을 강조한다. 잘 나가던 벤처산업은 주춤하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상당수 벤처기업은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다. 양자간의 결합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자 간에는 사실 이질적인 요소가 많다. 결합한다면 그것은 화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벤처가 문화와 접목하면 현재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크레비즈가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확신한다. 벤처의 한계가 크레비즈를 불러오고 크레비즈의 태동은 벤처의 한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크레비즈는 벤처분야에서 제 4의 물결로 불린다. 벤처의 제 1물결은 첨단 제조업 분야였다. 두 번째 물결은 IT기술이다. 세 번째 물결로는 바이오를 든다.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 크레비즈라는 것이다. 정보혁명에 이어 창조혁명이 일고 이것이 크레비즈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고다.

우리 나라에서도 크레비즈는 태동하고 있다.그것은 ▶금융과 IT의 결합 ▶금융과 유통의 결합 ▶IT와 유통의 결합 등 산업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융과 IT의 결합을 통한 크레비즈는 신용카드 가맹점간 경쟁, 포인트 제도, 신용카드 휴대폰, 쌍방향 휴대폰 게임 등 분야에서 창출되고 있다. 금융·유통의 결합을 통한 크레비즈는 주유소의 할인·쿠폰·포인트 제도, 제2금융권의 새 대출서비스 등에서 창출되고 있다. IT와 유통의 결합을 통한 새 비즈니스도 도입되고 있다. 이제 개인의 사색도 국가적 신 창조의 자원이 되는 크레비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조용현

크레비즈란

크레비즈는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를 줄인 말이다. 미국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창조산업 또는 기업의 창조활동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출하는 새 비즈니스를 뜻한다.

한 개인의 사고를 사고의 수준에서 승화해 새 산업의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크레비즈에서는 그래서 실패도 자원으로 여긴다. 개인의 실패를 그냥 잘못된 것으로 생각해 버리지 않고 그 원인을 분석, 국가적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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