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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민문화여성회관 수강생자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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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민문화여성회관 수강생자치회 김예분(오른쪽) 회장과 조순덕 총무가 23일 아동복지시설에 후원금 등을 전달한 뒤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조영회 기자]

후원금은 지난달 25일 알뜰바자를 열어 모은 돈이고 빵·떡 등은 회원들이 직접 수업시간에 만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여성회관 개설 강좌 수강생은 1300명이 넘었다. 3월부터 42개 과목에 53개반을 운영해 다음달 2일 수업을 종료한다.

후원금 총 1000만원은 이들 수강생이 여성회관 앞 광장에서 바자를 열어 모았다. 각 과목 ‘학생’들이 여러가지 생필품을 팔았다. 주부 수강생들이 서로 팔고 샀다. 천안 내 기업들도 도왔다. 비비안이 여성속옷을 싼 값에 내놨고 천안에 물류센터가 있는 금강제화는 고급 운동화를 1만원에 팔았다.

김 회장은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남을 도울 수 일도 할 수 있는 시민여성회관 수강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며 “하반기 수강계획도 이미 잡아놨다”고 귀띔한다.

조 총무가 거든다. “좋은 강사님들한테 배우는 것도 많지만 수강생들끼리 친해지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며 “저같은 경우 김 회장님 처럼 나이 드신 인생 선배님들로부터 익히는 생활 지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수지침을 배우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과 아이들 키우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이제야 가지게 됐다. 친구들에게서 여성회관 교육과정에 대해 얘기만 들었지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직장 생활을 접으면서 기회가 왔다.

지난 3개월이 너무 즐거웠다. 천안 다가동 주공4단지 사는 김 회장은 아파트 부녀회장을 지내는 등 아파트 자치활동에도 열성이다. 부녀회에선 가끔 아파트 내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다녀온다. 그 때마다 체하거나 다치는 분들이 많아 응급처치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 남에게 본격 시술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중급과정을 배워 자격증도 딸 생각이다.

김 회장의 수지침 ‘환자’는 유일하다. 남편이다. 처음엔 수지침이 무섭다며 김 회장의 ‘시술 연습’대상이 되길 꺼렸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티눈을 낫게 해주자 김 회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남편의 새끼 발가락에 박힌 티눈을 3주에 걸친 수암봉 치료로 말끔히 낫게 했다.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다가 아내가 그걸 치료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남편은 “다음 번엔 또 뭘 배울거냐”며 김 회장을 대견해 한다.

조 총무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호서대 학점은행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있다. 예전부터 사회봉사에 적극적인 그가 체계적인 학문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학 석사 출신인 여성회관 홍 관장이 적극 응원하고 있다. “조 총무는 의욕적이고 활동적이라 계속 공부하면 대성할 것”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그는 컴퓨터 활용능력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주로 엑셀 프로그램 활용을 강의하는 데 사회복지사 업무 상 꼭 필요하다. 그는 “여성회관에서 주요 포스트를 잇는 셔틀버스도 운행해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반기엔 동화구연을 배울 작정이다. 아파트 경노당에서 심심하게 지내시진 어르신들께 옛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아동복지시설 방문 땐 아이들에게 동화를 재미있게 전해주고 싶다. 배울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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