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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서청원 1위 YS에 뭔가 역할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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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한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가 10일 구성됐다. 최고위원 7명이 선출됨에 따라 지난달 초 출범한 박관용(朴寬用)총재 권한대행체제는 한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최고위원단은 예상대로 5,6공(共)출신의 민정계 중진의원들이 장악했다.2~6위 당선자인 강창희(姜昌熙)·김진재(金鎭載)·강재섭(姜在涉)·박희태(朴熺太)·하순봉(河舜鳳·이상 득표순)의원과 여성 몫으로 당선이 일찌감치 확정된 김정숙(金貞淑)의원이 모두 민정계다.

민정계가 아닌 사람은 민주계인 서청원(徐淸源)의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는 1위를 차지했다. 민정계 중심으로 움직여온 한나라당에선 큰 변화다. 그래서 "대의원들이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徐의원은 11일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게 확실하다. 그는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과 잘 통하는 사이다. 때문에 그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YS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줄 것으로 당에선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선 이변이 생겼다. 이회창 후보의 핵심 측근인 김기배(金杞培)의원이 탈락했고, 경선 시작 전엔 1위 당선이 점쳐졌던 하순봉 의원은 6위로 턱걸이했다. 河의원은 김일윤(金一潤)의원보다 불과 2표를 더 얻어 가까스로 당선됐다."후보 측근들의 부진은 이제 측근정치를 청산하라는 대의원들의 명령"이란 지적이다."당이 화합과 단결을 바탕으로 새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청원 의원과 강재섭·강창희 의원은 50대다. 이들에게 많은 표가 몰린 것은 "지도부가 젊어져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확산된 탓이다. 여기엔 "민주계(서청원)와 충청권 대표(강창희)가 지도부에 진입해야 양대 선거(지방선거와 대선)가 수월해진다"는 대의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도 이들을 민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 "후보가 선거 승리를 위해 측근들을 희생시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洪準杓)·안상수(安商守)·정형근(鄭亨根)의원 등 재선그룹과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후보 김부겸(富謙)의원 등 '변화'를 기치로 내건 소장파들의 최고위원 진입은 끝내 좌절됐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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