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버지의 권위 사랑으로 찾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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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땅의 아버지들께 올립니다.

5월 가정의 달, 당신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옵니까. 아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딸이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얘기는 나누고 계십니까.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7초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집안에서도 모든 책임을 아내에게 미룬 탓에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어버리지나 않았습니까.

인생을 송두리째 바친 회사로부터도 버림받고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는 그동안 무심했다는 이유로 왕따 당할까 노심초사하시지는 않으신지요.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자리 찾기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던 아버지상(像)부터 벗어던지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그릇된 아버지 문화의 유산부터 청산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1995년 10월 서울의 두란노서원이란 곳에서 국내 처음으로 아버지학교를 개설했고, 현재 전북 전주대학교 부설 '전북아버지학교'(2000년 5월 설립)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학교 운동본부장'입니다. 아버지학교는 흔들리는 아버지들의 권위를 찾아줘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자고 시작한 것입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주가 처음이지만 열띤 호응 속에 군산·익산·정읍 등 주변지역으로 빠르게 확산이 그동안 5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교육은 매주 토요일마다 4주과정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아버지의 영향력과 바람직한 남성상,아버지의 사명, 신앙과 영성(性)등 4개의 주제를 놓고 강의·토론을 하고 역할극도 합니다.

부모님과 아들·딸에게 편지를 쓰면서 아들이자 동시에 아버지로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이유 20가지를 적어보는 시간도 있고 아내에게 속마음을 적어 보내는 시간도 있습니다. 또 아내·아이들과의 1대1 데이트 시간도 마련합니다. 가족들 안아주기 숙제도 냅니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는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변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4주째에는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洗足式)'을 합니다. 남편이 바닥에 무릎을 끓고 부인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주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입 니다. 한 교육생은 "아버지학교를 통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책임하게 방황하는 인생을 살았는가를 깨달았다"며 눈물의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정상 아버지학교에 들어올 여유가 없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물론 아버지의 위치를 찾는 데 이 길만 유일한 것도 아닙니다.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작은 사랑을 한가지씩 실천하며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키워나가겠다고 흔들림없는 결심만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아버지학교를 이수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신록이 눈이 시리도록 짙어가는 5월, 오늘 하루쯤 일찍 퇴근해 아내·자식의 손을 잡고 공원 산책이라도 나서보지 않으시렵니까.

'아들·딸로부터 존경받으면서 직장·사회에서 크고자 하거든 상대를 먼저 존경하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063-220-7672

조용호

<전주대 아버지학교 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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