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연기금 ‘공격수’ 변신 노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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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골 넣는 수비수’가 되려는 걸까. 코스피 지수가 1700 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연기금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주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6779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간 단위로 보면 지난달 남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지수가 급락할 때보다도 매수 규모가 크다.


연기금은 보통 전체 자산 중 주식의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투자 전략을 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내려갈 때는 사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차익 실현을 한다. 올해 들어서도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매수 규모를 키우며 시장을 지키는 수비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지수가 1710 선에 안착한 18일 이후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자 연기금이 하반기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본격적으로 주식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가 자체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란 시각이 많다. 기업의 예상 이익이 꾸준히 상향 조정돼 왔는데도 주가는 오랜 기간 박스권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다.

연기금이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에 더해 최근 철강·화학·보험주 등의 매수를 늘리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들 종목은 그간 상대적으로 많이 못 오른 데다 중국 위안화 절상 등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신한금융투자 조용식 연구원은 “최근 움직임으로 보면 연기금은 하반기 경기를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따라 실적 개선이 시작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 조짐에 대응해 수익률 방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연기금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떨어진다. IBK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연기금의 목표가 수익률 극대화가 아닌 일정한 수준의 수익률 달성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수는 채권 투자의 낮은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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