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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편집권 장악… 反中 인사 해고 "中정부,홍콩 언론 공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홍콩의 한 기자가 중국 당국이 주도한 '언론공작 사례'를 폭로하고 나섰다. 사례 하나하나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이어서 중국 당국과 홍콩 언론계에 미칠 충격과 파문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의 제스퍼 베커 전 베이징(北京)특파원(사진)은 지난달 30일 '데스크에 대한 불손'을 이유로 해고된 뒤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내가 홍콩에서 해고된 이유'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홍콩이 반환되기 훨씬 전부터 중국은 '언론 방종지대'인 홍콩을 다잡을 계획을 세웠다.

우선 중국어 신문들이 과녁이 됐다. 1차적으로는 설득과 회유였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특종거리를 흘려 '공조적·상호의존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수법이 동원됐다. 심지어 기자 아내의 빚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SCMP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법이 선택됐다. SCMP는 국내외 외국인들이 즐겨보는 신문이라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첫 단계는 소유권 확보였다.

중국은 친중국계 말레이시아 거부인 로버트 쿽(郭)을 내세워 SCMP를 인수했다. 2단계는 편집권 장악이었다. 중립적 성향의 조너선 펜비 편집국장을 교체하고, 중국에 비판적이었던 윌리 람(和立)중국 데스크를 해고했다.

3단계는 취재 제한과 간섭이었다. 우선 중국 특파원 전원을 중국계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인보다는 협박과 회유가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지국의 사무실 경비를 깎고, 취재 여행도 제한했다. 티베트 방문 초청장은 휴지가 됐다.

중국 정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뉴스는 '본능적'으로 솎아졌다. 파룬궁(法輪功)·노동자 시위·티베트는 '금지 목록'의 첫머리에 올랐다."

이런 주장을 편 홍콩 언론인으로 베커 기자가 처음은 아니다. 2001년 11월 SCMP의 윌리 람 중국 데스크도 해고된 뒤 "비판적인 중국기사가 해고 사유였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보여온 장민이(張敏儀)홍콩정부 방송국장이 도쿄(東京)로 좌천된 뒤 결국 퇴직한 것도 중국 정부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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