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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안내견은 시각 장애인의 지팡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캔 로드 세계안내견협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점자책이 시각장애인들을 문맹에서 해방시킨 것처럼 안내견은 그들을 자유롭게 하는 지팡이입니다."

1989년 창립된 세계안내견협회 캔 로드(63·남아프리카공화국) 세계 안내견협회장.

로드 회장은 5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용인시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열리는 '제4회 세계 안내견협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안내견은 일반 동물이 아닌 시각장애인의 친구이자 조력자"라며 "안내견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안내견협회에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한국 등 26개국의 안내견 학교 80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기 위해 3~6개월간 보행방법·도로 및 상가 출입 요령 등 특수 훈련을 거친 '맹인 안내견'의 줄임말로 쓰인다. 세계 안내견협회의 본부는 영국의 레딩에 있다. 이 협회는 4월 마지막주 수요일을 세계안내견의 날로 제정했다.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총회에서는 각국의 안내견 보급 현황과 훈련 정보가 교환된다. 1백30여명이 참석할 이번 총회에선 여러 종류의 장애를 한꺼번에 가진 복합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 교육법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내견은 2만여마리이며, 조련 종사자는 4천여명에 달합니다. 안내견 문화가 가장 발달한 영국에선 5천여마리가 활동 중이며 시각장애인 중 12%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죠."

국내의 전문 안내견 양성기관은 94년 만들어진 경기도 용인의 삼성안내견학교가 유일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분양된 개는 37마리이며 훈련 중인 것도 31마리밖에 없다.

대표적인 안내견은 길이 1m, 몸무게 32㎏ 정도의 캐나다산 '래브라도 리트리버(Labrador Retriever)'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안내견학교장이기도 한 로드 회장은 "애완견과 달리 안내견은 일하는 개"라며 "귀엽다고 만지면 집중력이 떨어져 시각장애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므로 만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애완견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도 초창기엔 공공시설에 안내견을 들이는 것을 꺼렸다"며 "어린 시절부터 의식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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