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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일방주의는 결국 실패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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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유럽에 접근하는 방식을 놓고 토론이 진행 중이다. 일방주의적일까 다원주의적일까의 문제다. 오늘날 워싱턴의 선택이 어느 것이든 그것은 내용이 아닌 형식의 차이일 뿐이다. 다원적으로 접근하더라도 남의 의견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의를 차리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보다 좋은 매너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역량과 경력을 높이 사 그와 대화를 통해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파월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부시 행정부는 과거에도, 또 현재도 구제불능의 일방주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부시 행정부만의 것은 아니다. 일방주의는 미국의 스타일이다. 서방 동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설립된 1948년에서야 미국식 다원주의를 정식으로 접하게 됐다. 그나마 드골의 프랑스는 워싱턴의 시각에 도전해 66년 나토 통합군사령부에서 탈퇴했다. 나토도 형식적으로만 다원주의였던 것이다. 다른 동맹국들은 나토에 비교적 만족했다. 하지만 나토가 99년 세르비아를 공습한 뒤 미국 공군은 비판적인 동맹들과 연대하는 전쟁은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참고로 걸프전은 미국의 지휘아래 비(非)나토 동맹이 수행했다. 럼즈펠드가 테러와의 전쟁 개전 당시 동맹을 결성하겠다고 공표하자 나토는 미국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 것을 포기했다. 미국 작전의 군사적 보조자로서 역할만을 맡은 것이다.

미국은 협상.타협이라는 외교에 대해 본능적인 적대감을 갖고 있다. 독일 출생의 미국인 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수년 전 언급했듯이 미국 외교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도 (쿨리지와 후버 행정부에 이어 우드로 윌슨 때까지) '폭풍 외교' 관행으로 알려져 있었다. 갑작스레 합의안을 제시한 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제안된 합의가 협상과 타협으로 변경되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외된다. 부시 행정부를 경험해 본 사람은 이 같은 관행을 인식했을 것이다.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의 국제 목표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다. 테러리스트들을 추격하고 불량 국가와 아랍 독재국가에서 '체제 변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랍에서는 새로운 중동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물론 동맹을 필요로 하지만 지난 대선 유세 당시 부시가 말했듯이 "미국의 안전을 유엔.프랑스 같은 나라에 맡기지 않을 것"이다. 충실한 나토에도 맡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단순한 국가의 자존심이나 힘의 강화 이상이다. 그것은 원칙적인 입장이다.

라이스는 경쟁구도에 있는 강대국 또는 힘의 중심이 있는 다원적 국제 체계는 전쟁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이를 시도했었다. 그것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활동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유엔과 심지어 나토까지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된다.

하나의 비전으로 통합된 새로운 체계 또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 라이스는 "우리의 능력을 통합하면 훨씬 효과적인데 왜 그것을 분산하려 하는가"라고 묻고 "자유에 대항하는 적만이 분산을 환호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의 증거는 그녀의 반대편에 서 있다. 다극주의는 자유의 표현이며 다원주의는 이러한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국제 정치세계에 단 하나의 권력만이 있어야 한다는 결단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리=박현영 기자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