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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위한 소품종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국인 20명 중 한 명 정도는 왼손잡이다. 하지만 이들은 운동기구를 사고 싶어도 왼손잡이용이 없어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극소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시장에 외국기업이 눈을 돌려 재미를 보고 있다. 체형이 특이한 소수 고객을 별도의 타깃으로 정해 시장을 개척하는 '마이너리티 니치 마케팅' 전략이다. 국내기업들이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외면하고 있는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소수 고객을 배려해 기업의 이미지도 높이고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유모차 전문업체인 매클라렌은 유모차 두대가 나란히 붙어 있어 쌍둥이를 동시에 태울 수 있는 '트윈 트래블러'를 올 초 국내에 선보였다.

쌍둥이 부모가 외출할 때마다 두 대의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불편을 줄여주는 방안이 없을까를 연구하다가 이 제품을 개발했다.

매클라렌은 출시 기념으로 쌍둥이 유모차를 경품으로 주는 '베스트 트윈스 선발대회'를 여는 등 쌍둥이 부모 공략에 나섰다.

일본 가전회사인 JVC 코리아가 최근 국내에 선보인 디지털 캠코더(GR-DVP3)는 각종 버튼과 장치를 왼손잡이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JVC 코리아 조재우 과장은 "기존 제품의 디자인은 오른손 위주여서 왼손잡이가 촬영할 경우 손 떨리는 현상이 심하고 버튼 조작 때 불편했다"며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왼손잡이 고객들을 참여시켜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국내에서 파는 포드 토러스·윈드스타·링컨 타운카 등 승용차 모델에는 키나 체구가 왜소한 운전자를 위한 어저스터블(adjustable) 페달이 있다. 다리가 짧거나 키가 너무 작아 운전하기에 불편한 신체조건을 가진 운전자를 위해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앞뒤로 7.6㎝ 정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 스포츠 패션업체인 휠라 코리아는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큰 소비자들에게 맞는 러닝 셔츠·사각 팬티 등을 '휠라 인티모'란 브랜드로 팔고 있다. 허리가 유난히 굵거나 가슴둘레가 커 보통 내의가 맞지 않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다.

휠라 관계자는 "기존 내의는 1백10인치가 가장 큰 사이즈지만 우리 회사는 1백30인치 제품까지 갖춰놓고 있다"며 "전체 매출 중 빅 사이즈 제품의 비중이 15% 정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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