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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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의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29일 노무현(武鉉)후보·한화갑 대표 등 새로 뽑힌 지도부 전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한 자리에 불참했다.

朴위원은 이날 오전의 최고위원 회의와 28일의 첫 상견례에도 불참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지만 최고위원 경선에서 3위를 한 충격이 더 컸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추미애(秋美愛)의원도 회의에 계속 안 나오다 청와대 행사에만 참석했다. 秋의원은 김태랑(金太郞)위원이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말을 건네자 "전화 받을 일 없다"고 냉랭하게 말했다. 당초 4위 정도를 예상했는데 경선 막판에 다른 후보들에게서 '왕따'식의 집중 공격을 받아 6위로 밀린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명을 선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韓대표는 '김중권(金重權)고문·김원길(金元吉)의원'을 추천했지만 정균환(鄭均桓)·이협(協)·김태랑 위원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 鄭위원은 '충청권 안배'를 강조했고 金위원은 '이인제(仁濟)전 고문'을 이름까지 거명하며 추천했다.

鄭·金위원은 충청권의 민심을 앞세웠지만 당내에선 "韓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韓대표의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김원길 의원을 비토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될 것이라던 김중권 고문은 이날 오후 갑자기 개인 성명을 내고 "당 상임고문직과 경북 봉화·울산 지구당 위원장직 등 일체의 당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金고문은 지도부가 자신과 상의없이 지명 최고위원 임명 운운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했다고 한다. 金고문 주변에선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30일 오전에 다시 열리는 최고위원 회의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놓고 다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월 당헌·당규를 개정해 집단 지도체제를 도입했다. 때문에 대표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려면 최고위원 절반 이상(6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한데 출발부터 견제와 제동으로 삐걱대는 모습이어서 韓대표 체제의 향후 대처가 주목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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