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1만·나스닥 1,700선 동시 붕괴 한국증시 '뉴욕 外風'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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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의 주가 하락이 조정국면에 들어선 국내 증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하는 등 주가가 상당기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 증시는 미국 경제가 1분기 중 5.8%(잠정치)의 성장을 이뤘다는 상무부의 26일(현지시간) 발표가 난 후에도 떨어졌다. 지난 26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24.34포인트(1.24%) 떨어진 9910.72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가 1만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22월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도 49.81포인트(2.91%) 떨어진 1663.8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가 1,7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31일(1,690.71)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래프 참조>

특히 지난주 미국 주가의 하락률은 주간 기준으로 볼 때도 지난해 9월 테러사건 이후 가장 컸다. 다우지수는 3.38%, 나스닥지수는 7.4% 떨어졌다.

◇미 증시, 왜 이러나=미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한 데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 경제는 2년여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지는 26일 각각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혼조 국면"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두 유력지는 1분기 고성장이 소비기업의 재고조정과 정부지출 확대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증가율은 3.5%로 지난해 4분기(6.1%)보다 둔화됐으며 기업의 설비투자는 5.7%가 줄어 5분기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4월 소비심리지수는 전달(95.7)보다 크게 하락한 93.0에 그쳤다

3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달보다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설비투자 회복이 경제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다 회계분식 의혹,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사 조사, 중동위기의 지속 등도 미 증시에 악재다.

전문가들은 미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 호전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낙폭이 크다는 점 외에는 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나스닥의 경우 지난해 9월의 1,400대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굿모닝증권 최경진 연구원은 "현재 1분기 실적 발표가 거의 마무리돼 향후 미 증시는 경기지표 결과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특히 이번 주 발표되는 4월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제조업지수 등은 전달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증시 영향·투자전략=당장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규모를 늘리는 매매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맹영재 연구원은 "미 증시침체 및 투자심리 위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국내 증시가 오를 수 있다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는 대형 우량주로 매매를 제한하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투신증권 최정식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저가 메리트가 커지는 실적 호전주를 나눠 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재훈·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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