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꿨다. 군사령관이 행정부 고위 참모들과 전략을 비난하자 “문민통제 훼손”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오바마는 지난해 5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사령관을 교체했다. 후임엔 스탠리 매크리스털을 임명했고 이번에 자신이 발탁한 아프간 사령관을 경질한 것이다. 오바마는 매크리스털과 30분간 단독 면담을 한 뒤 그를 바로 경질했다. 오바마가 그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 받고 경질까지 걸린 시간은 채 80시간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전시 사령관이 바뀐 것은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전쟁의 방향을 놓고 부딪쳐 맥아더가 해임된 뒤 사실상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매크리스털 아프간 사령관 교체를 발표했다. 오른쪽은 후임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 [워싱턴 AP=연합뉴스]
오바마는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개인보다 더 강한 제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군의 명령계통과 이에 대한 문민통제 유지가 바로 그 제도”라고 강조했다.
매크리스털은 최근 잡지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빌어먹을 전쟁”이라고 말하는 등 오마바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아프간 정책을 경멸조로 비판했다. 매크리스털은 오바마의 경질 발표 직후 아프간 카불 사령부에서 낸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을 강력히 지지한다” 고 밝혔다.
후임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임명됐다. 그는 부시 행정부 때인 2007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을 지내며 이라크 상황을 안정시켰다. 매크리스털의 낙마는 아프간전 전략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사령관 교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아프간 작전의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의회 내 전쟁 장기화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 아프간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아프간 사령관 교체는 인적 교체일 뿐 정책 변경을 뜻하지 않는다”고 기존 전략의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