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佛 좌·우파 '反르펜'힘 합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프랑스가 '르펜의 일요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5일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와 6월 총선을 겨냥해 좌·우파가 총동원된 반(反)르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좌·우의 정치적 이념을 떠나 극우파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돌풍을 잠재우는 일이 급선무라는 데 주류 정치권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

이번 대선 최대의 패배자인 사회당과 공산당·녹색당 등 좌파 정당들은 22일 일제히 결선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총서기는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의 경쟁자지만 르펜은 프랑스의 위협"이라며 "결선투표에서 르펜의 득표를 최대한 저지하고 총선에서 극우파가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선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사회당은 특히 총선에서 의회가 우파 및 극우파의 수중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판단 아래 연정 파트너인 공산당·녹색당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키로 했다. 노엘 마메르 녹색당 당수와 로베르 위 공산당 당수도 좌파의 단결을 호소했다.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의 시라크 대통령 진영은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로 대선의 '싱거운 승리'를 이미 담보한 상태지만 총선에서 르펜 돌풍을 잠재우지 못할 경우 '좌우 동거(同居)'라는 지금보다도 못한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라크 측도 소수 우파 정당인 프랑스민주연합(UDF)과 자유민주당(DL)과 연합해 총선에 지역구별로 단일후보를 낼 방침이다. 프랑수아 바이루·알랭 마들랭 등 두 당의 당수들은 지지자들에게 결선투표에서 시라크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역구 후보 단일화는 3당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좌·우 협공을 받고 있는 르펜 측은 결선 진출 후보간 TV 토론에서 기세를 올려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르펜은 "시라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토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지만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이 이를 꺼리고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앞으로의 프랑스 정국은 좌·우 양파가 힘을 합해 그동안 무시해왔던 극우파를 두들기는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21일 저녁에 이어 22일에도 프랑스 20여개 도시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해 "FN은 네오 파시스트, 신(新)나치" "우리는 모두 이민자" "르펜을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 르펜 시위를 벌였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르펜 FN 당수는 22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를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키겠다고 말했다.

르펜 당수는 이날 1차투표 개표가 끝난 뒤 파리 근교 생클루 소재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태가 불분명한 거대국가 연합식 유럽에 반대한다"면서 "내가 제기하고 싶은 첫째 문제는 프랑스의 자유 회복과 마스트리히트 조약(유럽연합 조약)에서의 탈출"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