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전 빚 2만원 아들 찾아 갚아 70대 "마음의 짐 덜어 후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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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늦게나마 돈을 돌려줘 마음이 편합니다."

70대 노인이 40여년 전 동료 상인에게 빚진 돈을 최근 그의 아들에게 대를 넘겨 갚았다.

서울 방산시장에서 외제상품 장사를 하던 장일감(張日監·70·서울 은평구 녹번동)씨가 동료 상인 정기순(여)씨의 돈 23만환 (화폐개혁 후 2만3천원)을 받게 된 것은 1960년. 당시 鄭씨는 시장 상인들이 조직한 계(契)에 張씨 명의로 가입, 곗돈을 불입했다가 얼마 뒤 갑자기 숨졌다. 鄭씨가 명의를 빌린 정확한 이유는 張씨도 모른다.

졸지에 곗돈을 받게 된 張씨는 鄭씨 아들(당시 초등생)에게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鄭씨의 친척이 어디론가 데려가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張씨는 2000년 폐기흉으로 생사를 헤맬 때 가족들에게 지난 얘기를 들려주며 "내가 죽더라도 鄭씨 아들을 찾아 반드시 돈을 돌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다행히 건강이 회복된 張씨는 지난 2월부터 鄭씨 아들을 찾아나섰다. 鄭씨 아들이 다녔던 방산초등학교에 가 학적부를 확인한 뒤 서울 서부경찰서에 사정을 호소했다. 결국 경찰의 주민전산자료를 통해 鄭씨의 아들 金모(55)씨를 찾게 됐다.

張씨는 지난 16일 金씨를 만나 현재 통화가치를 고려한 5백만원을 갚았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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