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교육] '책 읽기 = 공부' 엄마 욕심 버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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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혹시 아이에게 좋은 책이라고 사다주기만 하지 않았나요.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만 안겨준 것은 아닐까요.부모와 함께 책을 고르고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책과 친해지고 독서를 좋아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답니다.자녀의 독서교육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서울 번동초등학교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책 읽어주는 엄마

"삼신할머니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한테 속삭였어요."(김명순)

"아가야, 이제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지."(김영애)

"싫어. 여기가 좋아."(김명순)

"아가야, 여기 더 있으면 너도 엄마도 힘들거야."

"잉~, 싫어."

"요놈,이 할미한테 혼난다. 얼른 나가야지!"

"삼신할머니는 아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어요."(김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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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번동초등학교 도서실. 1학년 1반 학생들이 삼신할머니(김영애)와 아가(김명순)로 역할을 나눈 두 엄마가 주거니 받거니 읽어주는 동화 '숯 달고 고추 달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간혹 한눈을 팔고 딴짓을 해도 전체적으론 제법 의젓한 태도로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다. 이 학교 1~3학년 학생들은 매주 한시간씩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는 수업을 받는다. 김영애씨는 "책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커지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면을 밝혔다. 이경혜 도서전담교사도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책과 친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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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지도, 꼭 기억하세요

자녀의 올바른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선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게 많다. 이 학교에서 명예사서로 활동하는 4명의 엄마가 해주는 조언을 들어보자.

강진숙 명예사서 회장은 "책을 읽은 아이에게 '너 이거 기억나?''기억 안 나? 그럼 뭘 읽은 거니'라는 식으로 확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관심에 따라 기억하는 부분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의 기준에 맞춰 "읽었는데 왜 몰라"라는 식의 반응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작이라고 무조건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고영숙씨는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권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좋은 책이라고 수준에 맞지 않는 책만 안기면 책과 멀어진다"고 충고했다. 권은옥씨도 "아이들에 따라 관심사가 다른 만큼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게 하는 등 흥미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방학 중 독서계획은 이렇게

다가오는 겨울방학, 책 읽기에 부모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방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경미씨는 "아이들과 상의해 방학 동안에 읽을 책을 미리 정해두고 읽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권은옥씨는 "잠자기 전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책 읽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때는 부모도 TV를 보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각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강진숙 회장),"아이들을 서점에 데리고 가 맘에 드는 것을 고르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고영숙) 등도 독서생활을 알차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꼽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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