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담 없이 구입·감상하는 생활예술 '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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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유명작가의 그림을 판화로 제작한 것,전문 판화작가의 작품 등 모두가 훌륭한 예술품이다. 회화보다 못한 점이라고는 똑같은 작품이 수십개 된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일반인이 구입할 만한 가격이 되는 게 아닌가.

한국판화미술진흥회가 주최하는 판화미술제는 ▶아트페어▶특별전▶부대행사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아트페어는 화랑, 판화공방, 관련업체들이 기획하는 미술 견본시로 국내외 35개 업체가 유명작가의 판화와 사진, 입체작품 1천여점을 전시 중이다.

화랑기획전의 경우 국내외 22개 화랑이 2백여명의 작품을 내놓았다. 국내의 유영국·이대원·오이량·김원숙씨와 외국의 아르망·이브클라인·크리스토 등 모두 2백여명의 작고·중진·신진작가의 평면·입체작품을 전시·판매 중이다. 입체는 동일한 작품을 여럿 제작하되 전부를 진품으로 보는 멀티플(복수)작품이다. 공방기획전에는 서울판화공방 등 6개의 국내공방이 강신덕·유병호 등 중진·신진작가 30여명의 판화 1백여점이 나와 있다. 관련업체전에선 월간디자인 등 7개 업체가 판화재료와 문화상품·잡지 등을 판매한다.

특별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사는 한국현대미술 대표작가 판화전이다. 김창열·박서보·서세옥·이우환씨 등 대가 4명의 작품을 한사람당 2종씩 모두 8종을 한세트로 전시 중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세트당 9백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제작전 예매완료'라는 진기록이 나왔다는 점이다. 예매가 끝난 것은 1종당 1백20장씩 찍은 판화 중 판매용 99장이다. 현재 판매상품은 작가보관용(AP:artist proof)으로 남긴 몇 점뿐이다. 판화미술진흥회의 엄중구 회장은 "서구의 유명 판화공방에서 제작하는 등 정성을 들여 양질의 작품을 만든 점이 미술애호가의 관심을 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판화계의 원로 '황규백 특별전', 미국의 렘바, 프랑스의 에디션 탕귀 가릭 등이 참여하는 '해외공방 특별전', 정예작가 8명이 참여한 '사진특별 초대전', 유망 판화가 5명이 출품한 Belt2002 선정작가전도 볼거리다.

부대행사로 일본의 세계적인 판화작가 케이세이 고바야시의 판화특강이 27일 오후2시에 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02-580-1642.

조현욱 기자

그럴싸한 그림 한 점을 거실에 걸어놓으면 집안 분위기가 바뀌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집에 걸어놓는 사람은 많지않다. 수백만원씩 하는 작품을 구입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큰 마음 먹고 한점 사려고 해도 어디가서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판화미술제 2002'를 추천한다(28일까지). 판화를 한두 점 사보자는 뜻이다. 판화는 대개 50점 안팎을 찍어내니까 몇십만원이면 웬만한 작품 한점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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