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즐겨하다 → 즐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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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이 집 냉면이 아주 맛있어 난 이곳을 즐겨 찾는다.” “그는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즐기다’를 어미 활용한 ‘즐겨’는 문장에서 부사어 구실을 하며 그 뒤에 나오는 동사를 꾸며 준다.

그런데 요즘 ‘즐겨하다’를 쓰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추사 김정희는 이미 십대 때부터 서화(書畵)를 즐겨했고, 많은 그림을 그렸다.” “남편이 축구를 즐겨하다 보니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항상 얼굴이 까맣다.” “어릴 적부터 TV 보기를 즐겨했던 나는 TV 속에서 수많은 감동과 웃음, 눈물을 함께했다.”

‘즐기다’는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 하다’란 뜻의 동사다. 자주 한다는 뜻이 이미 들어 있는데 ‘즐겨하다’로 쓰는 것은 겹말로 사용하는 거나 다름없다. ‘무엇을 즐기다’로 충분하다.

월드와이드웹에서 사용자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누리집의 주소를 등록해 놓고 나중에 쉽게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뜻하는 ‘즐겨찾기’란 단어가 있다. 그러나 명사 ‘즐겨찾기’가 있다고 해서 동사 ‘즐겨찾다’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즐겨찾다’는 ‘즐겨 찾다’로 쓰는 게 옳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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