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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축구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2002 월드컵이 달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방송가 여기저기가 분주하다. 19일 연예인 축구단 '일레븐'(단장 최수종)은 월드컵 본선 첫 상대국인 폴란드로 떠났다. 현지 바르샤바 국립 경기장에서 양국 연예인 축구단의 친선경기가 펼쳐치고 5월 1일에는 일본 연예인 축구단과도 한판 승부가 있을 예정이다.

친목 도모와 체력 관리가 연예인들의 스포츠 동아리 결성 이유인데 그중 축구동아리가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역사가 '유구'하다. 하긴 신라시대 쇠가죽 공으로 바람을 가르며 '축국'(蹴鞠)을 하던 민족적 정서가 '동네 축구'로 이어진 우리에겐 너무 친근한 운동 아닌가.

19년 전통을 자랑하는, 강석 단장이 이끌고 유오성 등이 뛰는 '회오리 축구단', 고문 이덕화, 허준호·박상면·최재성 등이 포진한 '일레븐 축구단', 16강 진출 기원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화제를 모은 탤런트 이종원 부단장과 정준호 등이 활약하는 '수퍼스타 축구단', 홍기훈·고명환 등 MBC 코미디언실이 주축이 된 '오렌지 축구단', 탤런트 윤철형이 이끄는 '코리안 클럽', 선우재덕·이상인·김세준 등이 포진한 '프렌즈 축구단', 영화인이 모인 '아리랑 축구단'…. 현재 손꼽히는 연예인 축구단들의 이름만 이 정도다.

이렇게 축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연예인들에겐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최근 축구 관련 책을 낸 가수 김흥국은 자동차 번호와 전화 번호 뒷자리가 '2002'번이다. 김국진은 강원도 인제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축구 대표였고 최수종도 배재중학 시절 축구 선수였다.

새벽 촬영을 마친 연예인은 아예 경기장소로 직접 가서 차 안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경기 중 후보 선수들은 막걸리를 권작하면서 교체 선수로 들어가 취중 축구를 감행하기도 한다. 헤딩을 하다가 가발이 벗겨지기도 하고, 어렵게 한 골을 넣고 기쁜 나머지 바지를 벗고 운동장을 돌기도 한다. 날쌘 서경석은 악착같고 홍기훈은 승부욕이 강하다. 겉모습이 독일 프로 선수 같은 정준호는 헛발차기에 일가견이 있고, 성우 박기량은 최고급 골 키퍼 용품을 갖춰 베스트 드레서 축구 선수로 유명하다.

항상 투지에 불타는 유오성은 너무 열심히 뛰다가 공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발목이 삐어 몇 번이나 경기 시작 1분도 못되어 교체되기도 했고, 육상선수 출신 전문MC 조영구는 공보다도 빨리 골대로 돌진하여 골포스트 안쪽 그물에 휘감기어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강석 단장은 막걸리를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고 축구를 하는 '막걸리 축구' 외길 19년째.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체력은 지금도 20대 때 그대로다.

축구공은 둥글고 그 공을 차는 발은 정직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속엔 철학이 들어 있기도 하다. 불세출의 축구 황제 펠레는 어릴 적 이용하던 이발소에 지금도 들른다. 그에겐 신발이 바로 놓였는지 세번씩이나 확인한다는 인생 철학도 있다.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스타가 아니라 바로 팀워크다." '축구 철학자' 펠레의 말이다. 그의 말을 원용하자면 방송을 결정짓는 것도 스타가 아니라 팀워크인 셈이다.

MBC '섹션 TV 연예통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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