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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 여성 = 최고상품 美女 재즈보컬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최근 여성 재즈 가수들이 젊은층 사이에서 팝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메이저 음반사들이 20대 여성 재즈 가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 태생의 노라 존스(22)가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내놓은 데뷔 음반 '컴 어웨이 위드 미(Come Away With Me)'는 발매 직후 30만장이 팔려나갔다.

엘리건트 제인 모나잇(24)의 데뷔음반'네버 네버 랜드(Never Never Land)'와 2집'컴 드림 위드 미(Come Dream With Me)'는 미국에서만도 각각 20만장과 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음반사들이 여성 재즈 가수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캐나다 출신의 가수 다이애나 크롤(36)이 '웬 아이 루크 인 유어 아이스(When I Look In Your Eyes)'앨범으로 재즈 부문을 석권하면서부터다.

재즈 아티스트가 '올해의 음반상'후보에 오른 것은 64년 스탄 게츠와 조앙 질베르토 듀오 앨범 이후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었다.

크롤의 앨범은 지금까지 미국에서만도 1백20만장이 팔려나갔다(국내에선 8천장). '루크 오브 러브(Look Of Love)'도 1백만장을 돌파했다. 유명 재즈 아티스트가 내놓은 연주 앨범도 2만~3만장을 넘기기가 힘든 음반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놀라운 기록이다.

그렇다면 다이애나 크롤 등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음반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뭘까.

음반업계에서는 최근 재즈계에 불고 있는 크로스오버 바람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라틴·포크·컨트리·팝·가스펠 등의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재즈의 어법을 그대로 살려내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재즈 보컬들은 스탠더드 재즈를 고집하지 않고 최신곡까지 척척 소화해낸다. 크롤을 가리켜 '재즈 가수가 아니라 팝 가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요즘 재즈 보컬 앨범을 들으면 팝인지 재즈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하지만 재즈를 포함한 대중음악의 밑바닥에 크로스오버의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감안할 때 팝과의 교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임에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흑인 여성들이 주름잡던 재즈 보컬계에 백인 여성들이 속속 발을 들여놓으면서 젊고 예쁜 여성들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도 큰몫을 하고 있다.

신세대 가수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재즈 보컬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90년대 이후 맹활약 중인 로라 피지(44)·카산드라 윌슨(47)·파트리샤 바버(38)·다이앤 리브스(47) 등의 저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 재즈 가수의 음반이 팝음반 못지 않게 잘 팔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하면 빌리 홀리데이(1915~59년)·엘라 피츠제럴드(17~96년)·사라 본(24~90년)의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 작고 가수의 음반은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신세대 가수들은 창법을 충실히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존재 이유를 부여받는다.

이들 '3인방'이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40~60년대 이후 재즈는 대중음악 중에서 가장 인기 없는 장르였고 '팝 클래식'보다 음반 판매실적도 저조했다. 보컬은 재즈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가수들이 없는 데다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즉흥연주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었다. 재즈가 너무 현학적으로 흐른다는 반성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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