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고급 사무실 같은 분위기 '업그레이드 PC방'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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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고급 PC방이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PC방은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열풍과 함께 급격히 늘면서 현재 전국에 2만5천여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마디로 포화상태다. 더욱이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PC방은 한물 간 사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신촌과 분당·일산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PC방이 다시 뜨고 있다. 최신형 PC와 고급 인테리어로 무장한 이른바 업그레이드 PC방이다.

PC방 프랜차이즈 사이버리아의 경우 체인점이 7백여개를 넘었다. 창업자금이 많이 들지만 개업하면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창업자들에게 인기다.

◇고급화·대형화하는 PC방=담배 연기 자욱한 기존의 PC방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ok.com) 이경희 소장은 "우아한 분위기에 다양한 테마가 있는 것이 PC방의 변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우선 실내 공간을 넓게 하고 고급스럽게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카페나 고급 사무실을 연상시킬 정도다. 또 금연실·머드게임실·온라인실·화상채팅실·게임전용실·여성전용실·커플실·DVD실·1인실 등으로 공간을 다양하게 마련해 고객이 입맞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급 PC방은 초고속 인터넷과 고급 컴퓨터가 완벽하게 준비돼 네트워크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펜티엄 4급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그래픽작업도 할 수 있다. 컴퓨터와 프린터는 물론 전화·스캐너·복사기·팩스 등을 갖추고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주로 청소년들이 게임하던 장소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개인사업을 하는 소호(SOHO)족 등이 두루 찾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3억원 있어야 창업 가능=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인테리어비·네트워크 설치비·PC구입비·운영체제(OS) 및 프로그램 설치비로 2억원 정도 필요하다. 여기에다 50평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억원 이상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청소년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안성맞춤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면 본사가 PC구입과 인테리어 등을 해준다. 컴퓨터도 수시로 업그레이드 해주며 고장나면 수리도 해준다. 대신 가맹점은 본사에 PC 한대당 매월 5천~1만원씩 관리비를 내거나 창업 초기에 3천만~5천만원의 목돈을 가맹비로 내야 한다.

PC 50대를 운영할 경우 예상 월매출액은 1천8백만원 안팎이다.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한시간 이용료로 고객에게서 1천~1천5백원을 받는다. 음료수·스낵 등을 팔아 부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인건비·전기요금·전용선 사용료 등을 빼고 나면 순이익은 월 1천만원 선이다.

◇무리한 창업은 위험=창업e닷컴(www.changupe.com) 이인호 소장은 "창업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본 다음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창업했다가 자칫 낭패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모델링 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창업에 앞서 관련 법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교 반경 2백m 안에서는 PC방을 운영할 수 없다. 같은 건물에 학원이 있을 때는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명·흡연 등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있으므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골 고객에게 이용료를 깎아주거나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예다.

테이크 아웃 커피점을 겸업하거나 컴퓨터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등 부가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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