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DB화 뺑소니범 "꼼짝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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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0월 16일 오후 11시30분 회사원 임모(30)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자동차에 치였다. 사고 차량은 달아났고, 임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한밤의 뺑소니 사고로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추적할 유일한 단서는 사고현장에 남은 7㎝ 크기의 가해 자동차 유리 파편 한 조각이었다.

경찰은 이 파편을 감정해 사고 차량과 같은 차종이 전국에 1만2400여대 등록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수도권에서 출고된 120대로 수사 대상을 압축해 용의자 3명을 확보했다.

결국 경찰은 사고 발생 20일 만인 지난달 4일 중소기업체 부사장 김모(62)씨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뺑소니 사고 수사가 한결 빨라질 전망이다. 경찰청은 17일 현대모비스.GM대우.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제품.판매망 정보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및 각 지방 경찰청의 자동차 부품 관련 자료를 한곳에 모아 자동차 부품 데이터 베이스(DB)를 내년 3월까지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DB가 완성되면 사고 현장의 사이드 미러나 윈도 브러시, 전조등 조각 등 자동차 부품으로 곧바로 차량의 생산연도와 판매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차량의 고유번호가 있는 부품의 경우 현장에서 차량 구입자의 인적사항까지 알 수 있다.

현재는 뺑소니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 자동차 정비업소 등을 일일이 탐문해 용의자를 추적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번거로움이 많이 줄어 수사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자동차 부품 DB를 구축한 덕분에 뺑소니범 검거율이 90%선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뺑소니 사고 검거율은 80%에 머물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DB가 구축되면 사고 조사가 이틀 이상 빨리 이뤄져 수사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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