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前 40초'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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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여객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16일 건설교통부 사고조사반은 현장에 들러 기체 파편을 살펴보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또 사고기 기장인 우신루(吳新祿·32)를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내용=조사반은 중국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해 추락 지점으로 향하던 '40초'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사고기는 김해공항 활주로 북쪽 2.7㎞에 위치한 선회(U턴) 지점을 지나쳐 40초 가량 올라가다 산에 추락했다. 관제소와의 교신도 끊긴 상태였다. 조사반은 이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를 집중 추궁한다.

조사반은 우선 사고기 기장을 면담해 기체 결함 가능성은 일단 접었다.기장이 "사고 당시 기체 이상은 못 느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사반은 또 기장에게서 "김해공항에 4,5차례 왔지만 선회 착륙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악천후로 선회 착륙을 시도하다 조종사 과실로 사고가 빚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결정적 단서는 블랙박스에서 나올 것이다. 블랙박스는 승무원의 대화 등을 담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속도·고도 등의 비행정보를 담은 비행정보기록장치(FDR)로 이뤄져 있다. CVR는 1~2일이면 해독이 가능해 이르면 주말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다. 반면 FDR를 분석하는 데는 최소한 1~2주 걸린다.

건교부는 17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조사요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블랙박스 해독에 들어갈 방침이다. 관련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고 조사에서 블랙박스를 독자적으로 개봉할 경우 불공정 시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대영 건교부 항공국장은 "미국·중국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블랙박스를 김포공항 분석실로 옮겨 해독할 것"이라며 "블랙박스 일부가 불에 타기는 했지만 사고 상황을 밝혀내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해 관제소의 음성기록·레이더 자료도 사고 규명의 열쇠다. 관제소에는 항공기 편명·고도·속도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나타나는 '브라이트'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조사 전망=함대영 국장을 단장으로 한 건교부 사고조사반은 16일 오전 경남 김해시청에서 중국 조사팀과 첫 합동회의를 열어 조사에 착수했다. 건교부는 미국을 포함한 3개국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블랙박스와 교신내용 등 자료가 충분하고 조종사가 살아 있어 사고 경위는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을 확실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항로이탈·추락 과정에서 조종사 실수나 악천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조사반이 우리의 관제시스템이나 공항 여건 등의 문제를 부각시킬 경우 양국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에서는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대한항공과 조종사 실수를 지적한 미국 당국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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