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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류층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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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랑스계 패션그룹의 한국법인인 LVMH코리아는 지난 3~4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초미니 패션쇼를 열었다.

평소 이 회사 브랜드인 루이뷔통 의류를 많이 사는 고객 대여섯명만 초대해 'VIP 고객을 위한 패션쇼'를 연 것이다.

초대받은 고객들은 모델이 입은 옷을 직접 만져보는 특별 서비스를 즐기면서 제품을 구입했다.

이 회사는 이런 형태의 패션쇼를 한번 열 때마다 수천만~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해외 명품업체들이 VIP 중에서도 최상류 고객을 잡으려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유통업체에서 활발한 VIP 마케팅이 제조업체로 확산하면서 극소수의 최상류층을 겨냥한 '하이 엔드(high-end)'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명품 메이커들끼리 손 잡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SK그룹 계열인 워커힐호텔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청담동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SK측은 이 건물을 세계 최고급인 별 여섯개 호텔 수준의 사교장소로 꾸밀 계획이다. 소득이 국내 최상위권에 드는 VIP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저시설·식당·체력단련시설 등을 만들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숙박을 제외하고 최고급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원스톱 개념의 사교장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판촉행사를 벌이는 제휴 마케팅도 확산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1일부터 30일 동안 55인치 파브 프로젝션TV(삼성)나 뉴그랜저 XG-R25(현대)를 사는 고객들을 추첨해 상대편 제품을 주는 행사를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행사에 나온 두 제품 모두 두 회사의 최상위 브랜드인 만큼 최고급 브랜드 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볼보자동차와 필립스전자도 지난 2월 한달 동안 볼보 S80 T6 승용차를 사면 1천만원이 넘는 필립스전자의 최고급 홈시어터시스템을 무료로 주는 공동 마케팅을 했다.

볼보 관계자는 "유럽에서 최고 브랜드로 꼽히는 두 회사의 모델로 공동 마케팅을 펼쳐 비수기인 2월 한달 동안 S80 T6 모델을 10대 이상 팔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 간의 공동 마케팅이 활발한 것은 고소득층이 증가한 데다 소비 패턴이 급속히 고급화하면서 일반 업체들이 값 비싼 명품 브랜드와 서비스의 생산·판매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의 경우 올 1분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정도 늘었다.한대에 평균 1천3백만원이나 하는 벽걸이(PDP)TV는 지난해 6백여대가 팔렸으나 올해는 2만여대가 팔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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