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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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게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이재무(1958~)'감나무'

무슨 먼 것이 있어서 그는 기차를 탔을까.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는 야반도주 했을까. 붉은 눈물 매달고 생각하는 십오년. 눈물은 왜 이렇게 짠가. 그리움은 왜 이렇게 목이 긴가. 아픔은 왜 이렇게 썩지도 않는가. 마음 속에 있는 것들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는가. 왜? 왜? 왜? 사람의 마을엔 겨울 깊으면 봄이 오는데….

천양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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