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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인슈타인' 첫째 조건은 창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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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과학영재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대답하는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을까.

문제=물체의 운동을 측정할 때 초시계를 많이 쓴다. 그러나 초시계를 누를 때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 사람이 누르지 않고 시간을 정확하게 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과학영재를 판별하기 위해 고교생을 대상으로 제출한 시험문제다. 이 때 나온 학생들의 답은 여러 가지다.

답1=비디오를 촬영해 저속으로 재생(n분의1)한 뒤 n배를 해 시간 측정.

답2=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출발점과 끝나는 점을 감지해 측정.

답3=속도 감지계, 적외선 센서

답4=센서·무비카메라·기계 특수장치

답5=초시계를 기계나 물체로 작동.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실 조석희 박사는 다섯가지 답 중 1번이 구체적이고 정교해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답2는 단순한 설명으로 감점되며, 답3~답5의 경우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답5의 경우는 5점 만점에서 1점만 줄 수 있다는 것이 조박사의 의견이다.

과학영재학교로 선정된 부산과학고가 올 6월 영재 신입생을 첫 선발한다.

이에 따라 영재 판별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시험 특별전형을 받는 학생을 제외한 일반 응시자는 영재성을 평가하는 필기시험과 합숙교육을 통한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대 물리학과 박인호 교수는 "과학영재의 기준은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느냐를 보는 것"이라며 "단순한 암기나 과외 등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과학영재학교 입시용 평가기준 마련을 총괄하고 있다. "과학 영재는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답1과 같은 방법을 내놓을 수 있는 학생 수준은 돼야 영재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조석희 박사는 설명했다.

이런 답은 과학적인 상식과 창의성·논리의 뒷받침 없이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심리학자들이 분석한 과학자들의 특성을 참고해 스스로 과학영재성을 판단해 보는 방법도 있다.

그 중 하나는 자주적이고 스스로 만족해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높다.

또 어떤 물건을 조작하는 데 흥미를 느끼며, 과학 실험을 보통 사람보다 즐긴다.

어떤 문제를 접하면 끝을 보는 집착력도 과학자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청소년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과학영재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인천대 한기순 교수의 설명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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