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닌에서의 이스라엘 공격은 학살이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예닌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난 9일 '학살'로 규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도 "예닌의 진상이 세계에 알려지면 이스라엘은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예닌에서 '안보라는 이름의 대학살'을 자행했는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비참한 예닌=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현지발 기사에서 "탱크와 장갑차, 불도저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이 9일 아파치 헬기 7대의 호위 아래 예닌에 폭탄세례를 퍼부었다"고 전했다.
전부 1㎢밖에 안되는 좁은 난민촌을 겨냥해 아파치 헬기는 2백5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탱크는 포탄을 셀 수 없을 만큼 퍼부었다. 이날 사망자는 50명. 이스라엘의 발표는 1백50명이지만 연일 계속된 무차별 공격으로 발생한 실제 사망자 수는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보호연합은 "살점이 찢어진 시체와 부상자 수백명이 여기저기 뒹굴어도 묻거나 치료해줄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스라엘군이 병원문을 막고 있어 부상자를 치료할 수 없다"며 "방치된 시체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한 의료진은 "수돗물도 끊겨 주민들은 하수를 식수로 쓸 지경이다. 애들에게도 하수를 가라앉힌 물에 우유가루를 타주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탱크 진입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택 수십채를 불도저로 갈아 엎었다. 잠깐 사전 경고한 뒤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여 집에 남아 있다가 생매장된 사람도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도 당했다"=이스라엘은 예닌은 테러조직 파타와 지하드 등 과격세력의 핵심 인물들이 은신한 곳이어서 공격이 불가피했으며, 민간인과 무장 민병대원을 가려 공격한 만큼 정당한 작전을 펼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9일 "페레스장관의 발언은 팔레스타인측이 예닌작전을 학살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9일 몰사한 이스라엘군 14명을 비롯, 예닌 전투에서 모두 22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그 전까지 발생한 이스라엘군 전사자의 두배에 달하는 만큼 팔레스타인만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0일 예닌의 지하드 본부를 점령했다.
◇예닌은 어떤 곳=1948년 이스라엘 국가수립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세운 난민촌 27곳 중 한 곳으로 이스라엘 북동부에 있다.1만4천여 난민이 1㎢의 좁은 땅 안에서 판자촌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이들은 하이파 등 인근 이스라엘 도시에 점원·인부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주민들의 적개심이 대단히 높고 과격 무장조직들의 거점으로 알려져 이스라엘군도 겁을 내는 곳이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