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비상 "2005년 초 과반 무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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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의석 150석으로 재적 의석(298석)의 절반보다 한 석이 많은 열린우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소속 의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줄줄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있어 내년 초엔 과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락(성남 중원) 전 의원이 의원직을 잃은 데 이어 지난 14일엔 김기석(부천 원미갑)의원이, 15일에는 김맹곤(김해갑)의원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오시덕(공주-연기).신계륜(성북을)의원은 이미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 상태다. 내년 2~3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에서 이들이 모두 항소심 그대로 확정될 경우 여당은 과반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전체 의석은 293석(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도 의원직을 함께 상실할 경우)으로 줄지만 여당 의석은 146석으로 과반에 못 미치게 된다.

여당의 의석은 더 줄지도 모른다. 강성종(의정부을).복기왕(아산).이철우(포천-연천).장경수(안산 상록갑).구논회(대전 서을)의원 등이 1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여권은 "과반이 무너질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있다"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기에 고민이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권 지지율이 낮아 재.보선에 대한 패배주의가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국 운영방식의 전환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장선 당 의장 비서실장은 "내년도엔 정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논의할 당내 기구를 조만간 발족하고 재.보선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단의 재.보선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에선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이후에도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쳐다보는 쪽이 민노.민주당이다. 두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가 어렵게 되는 등 정국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 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나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과반 확보를 위해 '야당 의원 빼내오기' 등의 방안도 검토될 수 있겠지만 문희상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은 "참여정부에선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년 재.보선 후엔 여당의 태도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은 과반의 힘이 있기 때문에 강경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재.보선 결과 과반에 미달하면 여당에서는 한나라당과 대화.타협을 해서 정국을 운영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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