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정상화 진통 거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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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았는데…천정배(左)·김덕룡 원내대표(右)가 16일 김원기 국회의장 주선으로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결국'반쪽 국회' 16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가 열렸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해 의석이 비어 있다.[김형수 기자]

열린우리당이 16일 밀어붙이려 했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또 미뤄졌다. 이날 오후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본회의가 열리긴 했다. 하지만 김원기 국회의장은 "파병 연장안처럼 중요한 국민적 관심사를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처리하면 국민의 실망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라며 안건 처리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1주일째 공전 중인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원내대표 회담을 여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 12분간의 본회의=오후 6시43분. 무거운 표정의 김 의장은 처음부터 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작정을 하고 사회를 봤다. 그는 "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법리적으로, 절차상으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한 뒤 "그러나 집권 여당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동의안 처리를 다시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본회의는 12분간 열렸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의석에서 "의장님, 사회 보세요" "제발 좀요"란 호소가 나왔다. 일부는 "의장에게 그럴 권리가 있느냐"고 소리쳤다. 본회의장엔 이해찬 총리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습도 보였다. 이후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의장이 일방적으로 소집한 회의에 사회를 본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개회 직후 산회한 김 의장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 소득 없었던 여야 접촉=본회의에 앞서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한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지만 보람이 없었다. 회담이 열리기 전 양당에선 국회 정상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전날 "여당이 4대 법안 합의 처리를 약속하면 등원하겠다"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타협안에 대해 여당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아침 긴급 상임중앙위원.기획자문위원 연석회의를 거쳐 "(박 대표의 제안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정리했다. 한나라당이 동의안엔 찬성하고 있는 점도 정상화의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회담 후 양당 대표는 모두 "진척이 없었다"고 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동의안과 4대 법안 처리 문제를 연계해 합의를 끌어내려 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동의안이 급하니 우선 처리하자"고 맞섰다. 협상 결렬 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오후 4시부터 본회의장에 입장해 김 의장에게 회의 진행을 요구했다.

◆ "한명도 빠지면 안 돼"=이날 의총에서 권고적 찬성당론을 확정한 열린우리당은 여야 대표 회담과 상관없이 파병동의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선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의원들의 출석을 독려했다. 소속 의원 150명 중 두 명만 불참하면 본회의 자체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파병연장안에 대한 여당 내 반대 세력을 줄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 의총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호소했다. 자이툰 부대의 활동상을 담은 8분 길이의 영상물도 틀었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조성태 의원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이 여기서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임종인 의원은 "자이툰 부대가 전투행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신용호.고정애.이가영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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