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 노사모> 회원 통제의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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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사모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적극 참여한 이후 정치권 공방의 대상이 됐다.핵심세력의 이념성향과 사무실 운영비 등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노사모와 한총련의 연계 논란=이인제(李仁濟)후보 진영은 "노사모가 이적단체인 한총련과 연계돼 있고, 노조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노사모와 한총련측은 연계설을 공식 부인했고, 李후보측에서도 더 이상 문제 제기는 않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회원 가입을 막을 길은 없다.

노사모의 한 관계자는 "회원 가운데 민주노동당원이라는 사람도 일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은 '노무현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내면서 진보를 견인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로 글을 올리곤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노사모에는 '안티조선'(조선일보를 반대하는 모임), '동서화합론' 등의 여러 주장을 펴는 사람이 혼재해 있다"면서 "노사모의 전체 색깔은 존재하지 않으며,유일한 이념성향이 있다면 노무현 그 자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민족작가회의 소속 회원 한명이 게시판에 '노무현의 전략'이라는 글을 쓰면서 '계층대결구도'를 주장했다.이로 인해 '동서화합파'와 논쟁이 일어났고,이 회원은 절필을 선언하고 게시판을 떠났다고 한다.

◇시각의 편향성 논란=최근 노사모 게시판에 '일몽'이라는 네티즌의 글이 올랐다. 노사모 회원 중 이론가로 알려진 그는 '새로운 전투가 시작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적(언론)들이 (노사모의 존재를)눈치챘을 때는 (노사모가)이미 아마추어의 단계를 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노사모 게시판에는 이런 부류의 글들이 적지 않다.젊은 네티즌들 간에 노선투쟁이 일어나면 과격한 논리가 지배하기 쉽다.'언론의 자유를 악마에게' 등의 섬뜩한 제목으로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노사모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게시판이 혼탁해지는 일도 잦다.

◇일부 회원의 돌출행동=노사모 회원들의 盧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과 옹호가 물의를 빚기도 한다.친필사인이 적힌 盧후보의 책을 가보처럼 애지중지하는 회원도 있다. 김중권(金重權)전 후보에 대한 사퇴촉구 e-메일이나 송훈석(宋勳錫)·유재규(柳在珪)의원 등에 대한 협박성 e-메일이 배달됐을 때 이인제 후보측에선 "노사모 회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또 모 의원에게 배달된 욕설 메일은 노사모 회원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盧후보측 관계자는 "심지어 盧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지구당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하는 회원도 있다고 들었다"며 "회원수가 늘어 통제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정치인 접근=일부 자치단체장 출마 예정자들이 접근하는 사례도 제법 있다.예컨대 최근 노사모의 한 호남지역 '짱'(대표)에게 시장 출마 희망자측에서 "盧후보 지지자인데 한번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盧후보측은 "노사모측으로부터 '사무실을 내주겠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냐' 등의 문의가 온다"며 "선거브로커들이 노사모 조직을 활용하기 위해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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