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피해 속출… 업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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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짙은 황사(黃砂)가 거듭되면서 산업계에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운송·유통·레저 업계 등은 하루하루 손해가 눈에 보인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먼지에 취약한 초정밀공업, 야외 작업이 많거나 밖에 제품보관을 많이 하는 자동차·조선 역시 황사 피해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반대로 공기청정기·선글라스 등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외출이 줄어들면서 홈쇼핑 매출이 늘어나는 등 황사로 희색인 업체들도 있다.

날씨정보업체인 ㈜웨더머니의 안상욱 사장은 "정밀기계 업종은 황사로 불량률이 네 배 이상 늘 수 있다"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계의 황사 피해가 1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피해 속출=안개처럼 짙은 황사 때문에 항공사들의 국내선 결항이 잦아졌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1일 황사 때 대규모 결항 사태를 빚은 데 이어 8일에도 김포~여수(6편)·김포~포항(4편)·부산~원주(2편)등 12편을 취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18편을 띄우지 못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황사·안개 등 기상 악화로 지난 사흘간 3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백화점 매장도 한산한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세일기간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가던 분위기에 황사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도 황사 피해 예방에 여간 신경을 쓰는 게 아니다.

반도체업계는 피해 예방을 위해 필터 교환주기를 줄이고 직원들의 생산라인 안팎 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 반도체 팹(생산라인)의 집진설비는 사막 바람에도 2주일은 버틸 수 있게 설계하지만 정작 문제는 직원이나 장비에 묻어 들어오는 먼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공장들은 라인에 들어가는 작업자를 에어(공기)샤워하는 시간을 20초에서 1분 가까이로 늘렸다.

현대자동차는 야적장에 출고 대기 중인 차량에 부직포 등을 부착해 먼지를 차단하고 있다. 수출용 차량은 대당 수만원씩 들여 별도의 왁스 칠을 해주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황사에 대비해 불소로 도장을 하고 있고, 기아자동차는 도장공장 인력의 작업복 먼지를 털어내는 기기를 수억원을 들여 마련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황사가 더 심해지면 도장작업을 일시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황사 산업'도 태동=위기는 사업기회이기도 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의 황사 억제와 사막화 방지를 위한 사업에 쓰일 중장비 5백만달러 어치를 최근 선적했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구매를 늘리면서 일부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이 50% 이상 늘어났다.

PC방도 평일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피부나 눈을 보호하는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

LG홈쇼핑은 황사가 불어닥친 이날 오전 관련 제품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능이 좋은 제품이 1시간 만에 2억원어치 팔렸다"고 말했다. 초봄 비수기인 선글라스도 최근 현대백화점에서 세일 중인 나흘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팔렸다.

웅진코웨이가 렌털방식으로 출시한 공기청정기도 지난달 황사 이후 주문이 늘어 설치까지 한달이나 걸린다.

김창규·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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