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2명과 둘러본 一山 학원가 유흥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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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김영심(金英心40주부)씨는 지난4일 중앙일보로 전화를 걸어왔다. 일산 주엽역 인근에는 학원태권도장PC방 등 청소년 이용 시설들이 신종 퇴폐업소인 '유리방'과 안마시술소나이트클럽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섞여 있는 건물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 퇴폐향락에 물들어가는데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어왔다. 본사 취재진은 金씨와 이언정(李彦姃48주부)씨 등 일산지역 독자2명과 현장으로 출동문제점을 알아보고 구청과 경찰에서 대책을 취재했다.

7층중 절반 성인업소

*현장=4일 오후 8시쯤 일산신도시 주엽역 부근 7층짜리 H프라자 앞 대형 학원 건물인데도 출입구 앞에 높이 1.5m 짜리 입간판이 돌아간다.'유리방' 엽기적 그녀' 유리 데이트'라고 적혀 있다' 태권도복을 입거나 교복 차림의 초중고교생 20여명이 입간판을 지나 잇따라 건물로 들어선다.

김씨는 "돈을 내면 유리너머로 여자 몸을 볼 수 있다는 유리방을 선전하는 옥외광고물이 학원 건물 앞에 버젓이 서있을 수 있느냐"고 혀를 찼다.

20여m 떨어진 길가엔 이 건물 지하 룸살롱의 네온사인이 울긋불긋 조명을 밝히고 있다.2층 식당가에서는 '성인용품점'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써놓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취재진은 3층으로 올라갔다. 중학생 등 10여명이 앉아 있는 PC방과 비디오방을 지나니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한 업소가 있었다.

입구에는 '성인전용 쉼터' '즉석 부킹방' '유리'라고 씌어 있었다. 金씨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음란퇴폐 행위가 이뤄지는 '유리방'이 같은 건물 내 학원 아래 있으니 아이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습니까.

李씨도 "1년6개월 전 학원이 입주했는데 얼마 뒤 '유리방'이 들어섰다. 몇개월 동안 문을 열고 있음에도 단속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건물 7층 학원에선 1백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6층 태권도장에서는 초중고교생 20여명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5층 PC방 경우도 5명의 손님 중 1명이 중학생이다.

오후 8시50분쯤 3백여m 떨어진 7층짜리 상가건물 S프라자로 향했다. 이 건물 입구에도 불을 밝힌 원통형의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1대 1즉석유리방이라고 써 있다.곧바로 건물 5층으로 향하자 실내가 완전히 가려진 한 업소 입구에 '유리 데이트' 남성 전용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같은 층 미용학원에선 여고생 10여명이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고 미술 및 컴퓨터학원도 들어서 있다.

지하1층엔 대형 룸살롱과 안마시술소가 3층엔 중년용 나이트클럽이 성업 중이다.

유리방은 법적제재 못해

문제점=최근 일산신도시와 화정지구에서 상가건물 사용 실태를 조사한 고양환경운동연합 이치범(李致範)공동의장은주엽역대화역과 화정역 일대 건물들은 대부분 유흥업소와 학생 이용시설들이 뒤섞여 있어 교육상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원과 유흥업소가 혼재하고 있는 것은 법적인 규제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의 경우 시교육청 산하 학교환경위생정화위 심의만 통과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나이트클럽룸살롱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 대한 영업허가를 내주도록 돼 있다. 더욱이 '유리방'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아무런 법적 제재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일산경찰서는 '유리방'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신고나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할 수 없고 윤락행위를 적발해야만 처벌할 수 있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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