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출전국 국기·국가 특징·대진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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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와! 이겼다. 한국이 우승했어요.” 아이들의 손가락 제로게임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우승국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려 있다.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발 빠른 공부 고수는 이를 놓칠세라 개인기를 살려 월드컵을 공부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월드컵 활용 노하우를 찾아봤다.

‘월드컵 따라잡기’ 간단한 책 만들기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아르헨티나 조별예선전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16일 오후 1시30분. 유진학(안산 삼일초 6)군의 집에선 어머니 신순영(41)씨의 손이 분주하다. 진학이와 월드컵을 활용한 간단한 책 만들기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주요 출전국의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축구광 진학이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준비할 게 많다. 신씨는 인터넷을 뒤져 월드컵 출전국의 국기, 국가 소개, 월드컵 대진표 등을 프린터로 미리 출력해 놓았다.

 “엄마, 빨리 만들어요.” 준비가 막 끝나자마자 집에 들어서는 진학이의 마음은 이미 월드컵 축구장을 누비고 있다. 진학이의 제안으로 ‘2010 월드컵 따라잡기’라고 이름 붙여진 책 만들기가 시작됐다. 우선 어두운색 스타드림(두꺼운 색상지) 4절지를 가로로 놓는다. 양옆으로 12㎝를 접어 날개를 만든 후 밑에서 또 10㎝를 접어 올린다. 그리고 날개와 밑 부분이 겹치는 작은 사각형 부분은 잘라낸다. 접힌 날개부분 안쪽으로는 14㎝로 자른 다른 색 미메이드지(얇은 색상지)를 덧붙인다.

 양쪽 합쳐 총 4장의 날개가 완성되면 앞뒷면에 총 8조의 월드컵 최종 예선전 조별 설명을 붙이기 시작한다. 이 때 조별 국기를 붙인 후 국가 소개는 진학이에게 직접 쓰게 했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신씨의 설명이다. A조부터 국가 소개를 쓰던 진학이가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 한다.

 “엄마, 이거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아요. 우루과이의 언어가 스페인어로 나와 있어요.”

 “그건 잘못 나와 있는 게 아니야. 우루과이는 원래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야. 왜 그럴까?” “아, 혹시 옛날에 우루과이가 스페인의 식민지였어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우리 진학이 똑똑하네. 그래. 식민지 맞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민 기간동안 한글을 소중히 생각해 끝까지 지켜냈지만 우루과이는 그렇지 못했어. 그래서 아직까지 스페인어를 쓰고 있는 거지. 그런 나라가 또 있어. 세계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 나라가 어느 나라야?”

 “브라질이요. 그럼 혹시 브라질도?”

 “그래,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어. 그래서 아직까지 포르투갈어를 쓰고 있어.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고.”

 H조까지 모두 적은 진학이는 양 날개 사이의 중앙에 출전국이 표시돼 있는 세계지도와 전체 대진표를 붙여 놓는다. 아래쪽 접어 올린 부분에는 조별예선 출전국을 붙인다. 여기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강 진출국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고민에 빠진 진학이는 갑자기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까지의 조별리그전 결과에 따른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것이다. 매일 아침 등교 전에 스포츠신문을 꼼꼼히 챙겨봤던 진학이는 각국의 FIFA랭킹과 출전선수 명단, 감독 등을 고려해 16강 진출국을 분석했다. “한국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해 A조의 우루과이랑 맞붙어요. 여기서 2대1로 이겨 8강에 진출하는데 독일과 붙어 아깝게 2대1로 지죠. 2002년엔 독일에게 4강에서 졌는데….”

 이어 표지 용도인 밝은색 스타드림지 2장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날개 바깥쪽으로 덧댄다. 마지막으로 미리 하드보드지에 붙여놓은 자블라니(월드컵 공인구) 사진을 양 표지 사이에 붙이면 완성이다. 신씨는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나 국가별 특징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며 “이렇게 한 번 공부하고 나면 기억도 오래가고 아이의 관심사도 파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11시, 서울 언남중 수학교과실에선 아이들의 축구공 만들기가 한창이다. 같은 길이로 자른 색종이 띠 6개를 서로 겹치고 이어서 공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심수진 교사는“규칙에 따라 공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정다면체 구조가 나온다”며 “중1학년 2학기 과정에 나오는 정다면체의 확장 개념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이날 이어진 ‘축구공 속에 숨어있는 수학원리 시간’에는 여느 때와 달리 아이들의 얼굴빛이 유난히 밝다. “1974년 독일 월드컵 때 현재의 축구공 모양이 처음 등장했어요. ‘텔스타’가 그 주인공인데, 이를 잘 살펴보면 정다면체의 원리를 알 수 있어요. 정5각형 12개와 정6각형 20개로 이뤄진 준정다면체입니다.”

 정6각형으로 이뤄진 정20면체의 모서리를 깎으면 축구공모양이 나온다는 설명에선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심 교사는 여기에다 ‘오일러 정리’를 대입한다. 공식으로만 외우고 있던 오일러 정리를 축구공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꼭짓점 개수 20에서 모서리 개수 30을 뺀 후에 다시 면의 개수 12를 더하면 2가 나오죠? 오일러 정리가 여기서도 통하네요. 더 신기한 건 20면체 모서리를 깎은 5각형을 점점 넓혀보면 6각형이 사라지고 정5각형으로만 이뤄진 정12면체가 돼요. 예전부터 가장 안정적인 다면체를 정12면체라고 부르는데 이를 우주의 원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죠. 12월, 12시, 12간지 등 12와 연관된 많은 것
들이 결코 우연일까요?”

이날 오후 5시 수학전문학원 시매쓰 중계센터에서는 초3 아이들의 작은 월드컵이 열렸다. 월드컵 조별 예선을 통과한 16개 국가의 토너먼트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명이 한 조로 ‘손가락 제로 게임’을 통해 토너먼트 경기방식을 익히는 수업이다. 각자 1개 국가를 대표해 제로게임을 한 후 이긴 국가의 국기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한국이 꼭 이겨야 하는데…. 한국 이겨라, 대~한민국!” 작은 강의실이 떠나갈 듯 아이
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우연인지, 실력인지 한국이 결승까지 올랐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
데 벌어진 결승전. 3판 양승제로 벌어지는 결승에서 한국이 상대인 스페인을 먼저 이겼다 다시 져 동점이 됐다. “여기서 이기면 실제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강사의 말에 옆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응원도 최고조에 달한다. 아이들의 진심이 통했던지 이어진 최종전에서 결국 한국이 승리를 거뒀다. 조지민 강사는 “이 게임으로 월드컵 경기 방식에 대한 이해와 수학적인 원리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며 “국기를 직접 붙이면서 국기와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설명]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소재로 출전국 소개 책자를 만들고 있는 유진학군(가운데)가족. 왼쪽은 동생 진태군, 오른쪽은 어머니 신순영씨(상)
초등학생들이 손가락 제로게임으로 16강전 이후의 토너먼트 경기방식을 배우고 있다.(하)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김진원" 기자,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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