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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본> "명문 초등교 가야 일류大 간다" 세살짜리, 학원서 入試공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본 도쿄(東京)에 사는 주부 오바야시 후미요(33)는 올해 세살된 딸을 도쿄 시내의 소학교(초등학교) 입시전문학원에 등록시켰다. 1년간 입시준비를 한 아들이 지난해 명문 소학교 입시에서 낙방하자 딸은 더 일찍 준비시키기로 작정했다. 오바야시의 목표는 두 아이를 남편처럼 도쿄대 출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입시전쟁은 한국 못지 않게 치열하다. 명문대를 목표로 할 경우 자녀가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입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문사립대 부속 소학교에 입학하면 동계(同系)입학 케이스로 명문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명문 소학교에 입학했더라도 3학년을 전후해 다시 본격적인 중학교 입시공부에 돌입한다. 명문 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학원에 해당하는 '주쿠(塾)'에서 살다시피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입학시험을 보는 소학교는 도쿄에만 51개. 지바(千葉)와 사이타마(埼玉)·가나가와(神奈川) 등 수도권 지역을 포함하면 모두 80개에 달한다.

사립학교는 필기·실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국립은 여기에 추첨이 더해진다.시험과목은 IQ테스트와 구술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주관식시험과 공작·말하기·체조 등 다양하다.

지난주 도쿄의 대표적인 소학교 입시전문학원인 신가카이(伸芽會)교육연구소의 한 교실에서는 생활수업이 한창이었다. 어린 입시준비생들이 사용한 걸레를 깨끗이 빨아 줄에 널고 있었다.

'깨끗한 집에서 살려면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아이들은 소학교 입시가 다가오는 9월부터는 모의 면접시험도 치른다. 경쟁률은 학교에 따라 최저 5대 1에서 최고 62대 1이나 된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사립 소학교의 연간 등록금은 1백50만엔(약 1천5백만원)을 넘는다.게이오기주쿠 부속 소학교의 경우 1년에 1백86만엔이나 든다. 사립학교는 입학금과 함께 30만엔선의 기부금도 내야 한다. 소학교에 대비한 입시학원 비용도 연 1백만엔 선이다.

대졸 초임이 25만엔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서민들은 상상하기 힘든 액수다. 따라서 이런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는 의사·변호사나 사업가들이 대부분이다.

신가카이 연구소의 오호리 히데오(大堀秀夫)대표는 "소위 '브랜드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루이뷔통이나 에르메스 등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취향이 자녀의 소학교 선택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도쿄=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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