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여세몰아 조기승부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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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일 민주당 대선후보 대구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종합 선두의 얼굴이 다시 한번 바뀌었다. 3월 17일 대전 경선부터 1위를 달려온 李후보는 20일 만에 선두자리를 내놓았다.

盧후보는 '주말 3연전'의 첫 관문에서 압승해 남은 인천·경북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날 盧후보의 득표율(62.3%)은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최근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는 盧후보 48.9%, 李후보 12.7%, 정동영 후보 8.8%였다.

후보를 사퇴한 김중권(金重權)고문을 지지해온 대구지역 일부 원외위원장들이 李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盧후보가 이념공세에 노출되면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盧후보는 보수색깔이 강한 대구에서 크게 이겼다. 盧후보측은 "과거 발언 시비가 일단락됐고,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여전함을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영남 후보론이 부산·경남(PK)뿐만 아니라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호응을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고도 본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아직 승부를 속단키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전체 선거인단 가운데 30.7%의 투표만 완료됐기 때문이다. 대구(3천3백95명)보다 선거인단이 많은 인천(3천5백22명)은 李후보의 조직 강세가 유지되고, 충청 인구의 비율이 높다. 재역전이 될 경우 李후보가 최대 승부처인 서울·경기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관측이 있는 것이다.

영남권의 낮은 투표율 또한 변수다.경남의 투표율이 57.1%였고 대구는 54%에 그쳤다.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투표율이다.

때문에 盧후보는 경선 승부의 조기 종결을 노리는 분위기다. 사실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돼야 앞으로 전개될 이념논쟁 및 과거 발언 시비, 언론 국유화 발언 파문 등이 경선승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李후보는 "노무현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계속 던져가면서 당내 투쟁을 벌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연설에서 盧후보는 장인의 부역 문제를 거론하며 "홀어머니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자라 한 남자를 알게 돼 결혼한 아내가 죄냐" "가슴에 한을 묻어온 아내가 다시 눈물 흘려야 하느냐"는 '감성적' 접근법으로 이념공세를 비켜가려고 했다.

반면 李후보는 "가난한 충청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한번도 부자를 미워하지 않고, 긍정적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했다"며 盧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鄭후보는 "돈 정치, 싸움하는 정치, 말 바꾸는 정치에서 내가 가장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대구=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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