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시위는 일상생활, 투자자 동요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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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30면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애셋매니지먼트 회장 겸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

동남아시아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속하는 주요 10개국 등을 말한다. 이 지역은 아시아를 이야기할 때 종종 예외로 취급되기도 한다. 중국과 인도 등 대규모 국가들의 위상에 가려지는 탓일 수 있다. 동남아 지역의 역내총생산은 지난 20년 동안 인도와 같은 규모였다. 인구는 유럽보다 많다. 또 유럽보다 젊은 층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야자유, 쌀, 타피오카, 코코넛 오일, 고무 등 ‘소프트 상품(Soft Commodities)’을 수출하고 있다.

마크 모비우스의 이머징마켓 투자이야기

베트남은 핵심적인 프런티어 마켓으로 분류된다. 베트남에 대한 내 경험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해외 투자자들과 언론은 중국과 베트남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인텔리전스 유닛(Intelligence Unit)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13억 명에 이른다. 베트남 인구는 8600만 명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4조8000억 달러다. 베트남은 920억 달러 수준이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도 중국은 576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베트남은 470억 달러였다. 증권시장의 시가총액도 중국은 3조2000억 달러 정도지만 베트남은 34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수치들을 살펴볼 수 있지만, 위에 소개한 수치들만으로도 이 두 나라 경제가 규모 면에서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연관성이 눈에 띄기는 한다. 한때 베트남은 중국의 통치를 받으며 중국 문물을 많이 받아들였다. 베트남의 역사적 문헌 자료는 중국어로 표기돼 있기도 하다. 또 두 나라는 모두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유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 정부가 중국처럼 전폭적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노이시에는 레닌의 동상이 여전히 우뚝 서 있다. 그러나 베트남 남부 출신의 지도자들이 잇따라 고위직에 임명됐다. 그들이 경제 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은 시장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 공부한 많은 베트남 청년이 귀국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베트남 민영화 종목 주목해야
베트남 정부가 기업의 민영화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슷한 시장 중심 정책을 펼쳤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민영화 수혜 종목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인구 구성이다. ‘비엣키우 (Viet Kieu)’로 불리는 상당수의 재외 베트남 교포들이 부지런히 일하면서 얻은 성공 노하우를 본국에 전수하며 베트남의 급속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의 올 4월 말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주가지수는 2007년 고점을 기록한 이후 최근 50%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에서 평가된 베트남 주식가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나라 기업과 경제는 대부분의 프런티어 마켓과 마찬가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인도네시아도 최근 관심의 대상이다. 젊은 층 인구가 전체 인구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도 자카르타는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높은 인구 수는 투자 유치와 탄탄한 경제건설에 아주 좋은 조건이다. 인도네시아의 앞날이 밝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증가는 리스크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슬림 민주주의 국가다. 공식적인 이념인 ‘판차실라 (Pancasila)’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나라다. 판차실라는 모든 국민이 종교를 갖고 각자의 신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의무화하는 이념이다. 그러나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이슬람 사상을 제지하지 못한다면 인도네시아는 정치·경제적으로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 국민은 뛰어난 창의성을 보인다. 지난 20년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우리 템플턴애셋매니지먼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기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태국의 심각한 정치적 혼란은 1932년 전제 군주제가 끝난 이후 이어지고 있다. 태국은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며 총리는 27번 교체됐다. 헌법이 개정된 것도 18차례나 된다. 또 군사정변(쿠데타)도 20번 발생했다. 쿠데타는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했으며 수차례의 폭력 사태도 경험했다. 그래서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도 이러한 사태를 특별한 사건으로 여기지 않게 됐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태국 주식과 채권 등을 팔아 치우지는 않는다.

최근 시위가 방콕 중심부를 강타했다. 하지만 피해는 태국의 주요 지역에는 전혀 파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몇 주 전에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3.3~5.5%에서 4.3~5.8%로 상향 조정됐다. 수출 중심의 태국 경제가 글로벌 수요 강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출기업들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태국의 3월 투자 증가율은 18%(연율)까지 늘어났다. 내수도 꾸준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3월 소비는 8.7%(연율)를 기록했다.

태국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월 15일~ 5월 17일 사이 태국 주가지수는 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아시아지수(일본 제외)는 3.5% 떨어졌다. 시위 피해가 없지는 않다. 방콕 시내의 대규모 쇼핑 센터와 호텔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시위 때문에 도로가 폐쇄되고 일부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다. 현재 태국의 관광산업은 경제의 6~7%를 차지한다. 이 나라 관광청은 올해 관광산업 기여도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시위가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는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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