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리스트' 밝혀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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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진승현씨의 정·관계 핵심 로비 창구로 알려진 김재환 전 MCI 코리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진승현 게이트 수사가 다시 불붙게 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가 陳씨의 2천3백억원대 불법 대출 및 리젠트 증권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2000년 9월 이후 국정원·검찰 및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수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게이트의 핵심이다.

金씨 도피로 4개월여 동안 수사를 중단했던 검찰은 일단 陳씨 돈 9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金씨를 구속한 뒤 국정원과 정치권의 비호 의혹 등 핵심들을 차례차례 파헤칠 계획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관계 구명 로비 더 있나=검찰 관계자는 2일 "김재환씨는 김방림 의원에게 5천만원의 뇌물을 주고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에게 4천만원의 뇌물성 자금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金의원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보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金의원은 여권 실세인 K전의원의 측근이다. 게다가 돈이 건네진 시기도 陳씨에 대한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던 2000년 10~11월이었다.

검찰이 金의원에 대한 출국금지 사실을 공개하고,金의원을 조속히 소환키로 한 것은 사법처리에 대한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金의원 외에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과 그들에 대한 로비 내역이 담겨 있는 것으로 소문이 돌았던 소위 '김재환 리스트'의 존재 여부는 로비 의혹을 풀 핵심고리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해 3월 당시 김은성 국정원 2차장(구속)이 金씨에게 "구명 로비 메모를 내놓으라"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캘 방침이다.

◇국정원 직원들 비호 있었나=서울지검이 陳씨 내사에 착수한 2000년 9월 김은성 당시 차장은 대검 수뇌부를 만나 陳씨에 대한 수사 상황을 문의했다. 그즈음 陳씨 사건 주임검사와 대학 동창인 국정원 직원들이 주임검사를 찾아간 것 역시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12억5천만원+α?=검찰은 金씨가 陳씨에게서 받은 12억5천만원 중 변호사 비용으로 5억5천만원을 썼고, 金의원에게 5천만원을 전달했으며 나머지 5억8백만원은 金씨가 횡령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횡령한 돈 중 일부가 또 다른 인사에게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또 陳씨가 불법으로 챙긴 이득이 수백억원대인 점에 비춰 12억5천만원 외에 추가로 받은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돈의 규모와 행방을 쫓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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