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롯 백화점 실적 악화에 英 왕실과도 사이 나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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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집트인 억만장자로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인 런던 해롯백화점 오너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69·사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해운·은행·출판·호텔 등 다양한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해롯백화점의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는데다 영국 왕실과의 관계도 원만치 못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해롯백화점의 기업공개가 내부 사정으로 무산돼 파예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해롯백화점은 최근 몇년간 판매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부채가 크게 늘자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다.

2000년 매출은 5억4천만파운드(약 1조3백억원)로 전년보다 4% 늘었으나 순익은 3백만파운드(약 57억원)로 90%나 줄었다.

이런 와중에 1994년 말 9천1백만파운드였던 부채가 2000년 말에는 3억1천6백만파운드로 불어났다.

지난해 실적은 더욱 나빠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롯백화점은 매출의 3분의 2를 관광객에 의존하는데 9·11 테러 여파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과의 관계도 꼬이기만 하고 있다. 파예드는 85년 해롯백화점을 인수하며 영국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민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다 97년 9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자동차에 그의 아들 도디(같이 숨짐)가 동승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왕실과의 관계는 더욱 뜨악해졌다.

최근 파예드는 영국 왕실이 연인사이였던 둘을 떼어놓기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다는 음모설을 제기, 또다시 왕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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