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분양열기 점화 : 부산·대구·울산서 1만7천가구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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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7면

영남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주택시장 안정책으로 과열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데 반해 영남권에는 되레 수요가 몰린다. 투자보다는 실제 입주하기 위해 청약하는 이들이 많아 정책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말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건설업체들은 부산·대구·울산 등 영남권에서 올 봄 분양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택업체뿐 아니라 현대·삼성·대우·대림 등 메이저 건설사들이 앞다퉈 지방 분양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 서종욱 이사는 "지방은 한동안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데다 기존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 타려는 대체 수요가 풍부해 시장이 탄탄하다"고 전했다.

부산은 올해 지방 분양의 최대 격전지다. 올 봄에만 7천여가구가 쏟아진다. 이달 남구 대연동 대우드림월드와 해운대구 반여동 롯데캐슬이 봄맞이 분양대전의 막을 올렸다.

드림월드는 원룸과 펜트하우스(최상층 고급아파트)등 다양한 평형으로 이뤄진 게 특징이다. 가구마다 탁 트인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지방에서는 드물게 타워형으로 설계했다. 지난 15일 평균 25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한 롯데캐슬은 서울보다 나은 고급마감재로 시공해 인기를 모았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포스코건설이 4월에 센텀시티 내 주거단지에서 선보이는 3천7백가구를 부산 분양시장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반여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 김병문 사장은 "3천여가구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 잘 소화될 경우 부산 분양시장의 활황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6월에는 부산지역의 터줏대감인 반도가 주상복합 2백64가구와 오피스텔 1백65실을 내놓는다.

우방·청구 등 지역업체의 부도로 지난 3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었던 대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형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롯데·대우 등이 공급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웃도는데도 분양권에 5백만~3천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다.

이곳에서는 6월까지 6천6백여가구가 나온다. 대우와 우방이 4월 중 침산동 대한방직 터에서 내놓는 1천2백13가구와 화성산업이 북구 칠곡3지구에서 공급하는 2천1백58가구가 관심을 끈다.

울산에서는 상반기 3천5백여가구가 공급된다.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지방에 진출해 중구 약사동에서 30~50평형대 1천여가구를 선보인다. 5월에는 성원산업개발이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에서 1천8백10가구의 대규모 물량을 쏟아낸다.

울산 분양시장은 부산·대구보다 더 뜨겁다. 34평형의 분양가가 1억3천5백만원에 이르는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남구 삼산동 대우드림월드 변상덕 소장은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기업체들의 실적이 급증해 돈이 분양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며 "중소형 평형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풍화산업개발 장붕익 사장은 "지방의 경우 이미 분양가가 기존아파트 시세를 훨씬 앞질렀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건지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주거기능의 향상을 노린 실수요 차원에서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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