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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노는 물에도 자존심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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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일 오후 9시쯤 케이블 TV G홈쇼핑

캐리비안 베이가 사상 최초로 TV 홈쇼핑에 등장한 저녁. 쇼핑 호스트의 호들갑이 그칠 줄 모른다.

“제가 쇼핑 호스트 하면서 전화 대기자가 300명이 넘은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이날 상품으로 나온 캐리비안 베이 입장권 3장 묶음은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구명재킷·비치타월 무료, 성수기 야간 이용권 등 대여섯 가지 혜택을 더해 9만9000원에 판매됐다. 캐리비안 베이 입장권만 해도 정상가보다 40% 할인된 가격이다. 나머지 혜택도 정상가로 계산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 6월 9일 정오 서울 시내 한 식당

대명리조트가 레저 담당 기자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대명리조트 조현철 사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각오를 다졌다.

“올해는 대명리조트의 성공 신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시피 대명은 올여름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습니다. 상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입니다. 우리는 배수진을 친 마음으로 올여름을 맞을 것입니다. 떨어지면 죽는다는 생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일할 것입니다. 이기고 난 다음 여러분을 다시 모시고 잔치를 벌이겠습니다.”

워터파크의 핵심은 워터 슬라이드다. 길이나 코스 설계만 다를 뿐 원리는 같다. 튜브를 타고 공중을 떠돌다 물에 빠진다. 하여 사진만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왼쪽이 캐리비안 베이고, 오른쪽이 오션월드다.

캐리비안 베이 - 오션월드 ‘물의 전쟁’

국내 워터파크 1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두 업체의 경쟁이 뜨겁다. 워터파크의 원조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와 신흥 강호 비발디파크 오션월드의 전면전에 레저업계의 이목이 온통 쏠려 있다. 단연 올여름 레저업계의 핫이슈라 할 만하다. 캐리비안 베이와 오션월드의 전쟁 실황을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중계한다.

꾸준함 vs 상승세 세계 테마엔터테인먼트협회(TEA)라는 단체가 있다. 전 세계 800여 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가입한 비영리단체로 해마다 입장객 수에 따라 테마파크·워터파크 순위를 발표한다. TEA가 올 초 발표한 세계 워터파크 입장객 순위를 보면 지난해 입장객 145만 명을 기록한 캐리비안 베이가 전체 5위에 올라, 131만 명이 입장한 오션월드를 14만 명 차이로 앞섰다.

여기서 눈여겨볼 건 2007년 입장객 숫자다. 3년 전 캐리비안 베이엔 140만 명이 입장했고, 오션월드 입장객은 90만 명에 불과했다. 해마다 145만 명 안팎을 불러모은 캐리비안 베이는 3년간 꾸준했던 반면, 오션월드는 3년 만에 31%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세를 보였다.

오션월드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1위 입성을 외친다. 모기업인 대명리조트의 사장부터 결연한 자세다. 하나 캐리비안 베이는 허허실실의 전략을 구사한다. 겉으로는 두 업체의 경쟁 구도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꺼리는 기색이다. 원조다운 의연한 태도라 할 만하다. 반면에 불안한 속내도 감지된다. 캐리비안 베이가 올해 도입한 마케팅 수법이 오랜 전통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소개한 홈쇼핑 판매다. 캐리비안 베이 입장에선, 덤핑이란 비난을 무릅쓴 강수였다.

윤아 vs 유이 오션월드의 가파른 상승세 뒤엔 공격적인 마케팅이 있었다. 오션월드는 2008년부터 2년 연속 이효리를 전속 모델로 내세웠다. 물놀이 시설을 대폭 증설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확 바꾼 것이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이효리 카드는, 2007년 이전만 해도 ‘캐리비안 베이와 나머지 시설’로 정리되던 국내 워터파크 시장에서 오션월드라는 브랜드가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 카드는 애프터스쿨의 가희와 유이다. 두 명 모두 섹시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오션월드의 공세에 자극을 받은 캐리비안 베이가 올여름을 앞두고 톱모델 광고를 들고 나왔다. 캐리비안 베이의 선택은 소녀시대와 2PM.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이다. 소녀시대와 2PM이라는 초호화 캐스팅도 놀랍지만, 톱모델 광고 자체를 캐리비안 베이는 물론이고 에버랜드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소녀시대·2PM이 가희·유이보다 2배 정도 출연료가 비싸다.

전통 vs 시설 캐리비안 베이는 한국에 새로운 레저문화를 도입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1996년 캐리비안 베이가 개장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여름 풍경은 물벼락 맞는 비키니 차림의 늘씬한 미녀가 차지했다. 캐리비안 베이는 스스로 놀라운 장면도 연출했다. 여름마다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떼로 몰려들었고, 밤새 운전해 올라와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지방의 청춘도 수두룩했다. 파크 내부의 아기자기한 구성, 직원 서비스, 물놀이 이외의 이벤트 등에서 오션월드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반면에 오션월드는 국내 최강의 물놀이 시설을 앞세운다. 300m 길이의 워터 슬라이드 ‘몬스터 블라스터’, 68도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튜브 슬라이드 ‘슈퍼 부메랑고’, 6t의 물벼락이 쏟아지는 ‘자이언트 워터플랙스’, 2.4m 높이의 파도가 치는 ‘서핑 마운트’ 등은 모두 국내 최장 길이, 최고 경사, 최대 수량,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작동 원리나 이용 방식이 비슷한 물놀이 시설이 캐리비안 베이에도 있지만, 오션월드가 조금 더 길거나 가파르거나 비슷하게 높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만만찮은 공력, 또 다른 워터파크들

전국의 워터파크는 10곳이 훨씬 넘는다. 성격은 두 가지로 나뉜다. 대중 목욕탕과 다름없던 전통 온천이 슬라이드 등을 들여놓아 워터파크로 변신한 예가 하나이고, 스키 리조트가 여름용으로 설치한 물놀이 시설이 다른 하나다. 이 중에서 특성에 따라 네 곳만 소개한다.

1 리솜 스파캐슬 덕산 충남 예산 덕산온천에 들어선 워터파크. 5월 리조트 업계 최초로 서비스 KS 인증을 받았으며 지난해 보양온천으로 인정받았다. 가족 휴양용에 가깝다. 아이를 위한 1000평 규모의 물놀이 존이나 딸기·레몬을 섞은 과일탕 등이 주요 시설이다. 워터파크 입장객 순위에서 3년 연속 국내 3위를 지키고 있다. 성인 4만8000원(성수기 미정). 041-330-8000, www.spacastle.com.

2 설악 워터피아 역사를 자랑하는 워터파크다. 오션월드나 스파캐슬이 부상하기 전만 해도 국내 2위 자리를 지키던 전통의 강자다.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워터피아의 최대 강점은 역시 위치다. 설악산 기슭에 들어앉은 한화리조트 설악 안에 있다. 동해 바다가 지척이다. 성인 3만1000원(7월 9일까지). 033-630-5500, www.seorakwaterpia.co.kr.

3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2년 전, 온천 유명한 충남 아산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해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어르신과 아이를 위한 워터파크라 할 만하다. 온천은 좋아해도 수영복 착용을 꺼리는 어르신이 아직 많은데, 이곳의 대욕탕 시설이 크고 좋다. 물놀이 시설도 아이에게 맞춰져 있는 게 많다. 3만5000원(6월 30일~7월 23일). 041-537-7100, www.paradisespa.co.kr.

4 휴러클 리조트 다음 달 오픈 예정인 신생 워터파크. 걸 그룹 ‘티아라’를 모델로 내세워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최장 길이라는 익스트림 리버(371m), 최초 쓰나미 슬라이드 등 새 시설을 설치했다. 어린이를 위해 테디베어 캐릭터를 워터파크에 접목한 것도 이색적이다. 5만원(7월 15일까지). 041-906-7000, www.huracle.com.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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