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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사계절 술로 자리매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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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술은 아무래도 '열'(熱)과 관련이 있다.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위스키도 당초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길고 추운 겨울밤을 나면서 즐겨 마셨던 '생명의 물'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독주 보드카를 많이 마시는 것도 추운 날씨를 극복해야 하는 생활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전래로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추운 날 사랑방에서 술 한잔이면 어느 새 고달픈 몸과 마음이 녹고 긴 긴 밤이 금새 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술은 따뜻하게 데워야 제 맛이었다. 우리 전통주, 청주가 더욱 그랬다. 위스키가 귀하던 시절, 60년대와 70년대를 떠올려 보자. 돈 있는 사람이나 권력가들은 이른바 '방석집'(한정식집이나 요정)에서 적당히 데워진 청주를 잔에 가득 쳐주며 담소했다. '열오른' 청주가 최고급 술이었다. 이 때 나온 백화양조는 큰 인기였다. 서민들의 밥상에 나오는 반주도 데워져 나와야 제격이었다.

더운 여름은 아무래도 술과는 거리가 멀다. 시원한 맥주 정도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술=열'이라는 공식을 깬 청주· 약주 등 전통주들이 나와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차갑게 해 마시는 청주·약주·과실주들이 개발돼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고 것이다.

이들 전통주들은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차갑게 해 마시는 술로 인기를 끌면서 4계절 술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때 최고급주로 인식되던 우리 전래의 술 청주는 1980년대 들어 소주·맥주와 몰려드는 양주에 밀려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싸구려 술로 전락했다. 제사상에나 오르는 술로 이미지가 쇠퇴했다.

그러다 차갑게 해 마시는 술로 변신하면서 사시사철 사랑받는 대중주로 자리잡고 있다.

차갑게 마시는 술은 청하가 맨 먼저 나왔다. 이어 경주법주가 수퍼청을 내놨으나 시장에서 자리잡지는 못했다. 두산은 국향을 내놓고 있다. 이어 국순당의 백세주가 나와 히트 치면서 약주 시장이 모양새를 갖췄다.

경주법주의 국선주도 반응이 좋아 대구·경북 지역에서 백세주 시장의 40% 정도를 빼앗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약주는 지난해 3백20만 상자 정도가 팔렸으며 올해는 3백50만 상자 판매가 예상된다. 1천5백억원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예 귀한 고급주로 개발돼 사랑받는 전통주들도 많다. 두산의 순미주(일본식 고급청주) 설화, 1백% 찹쌀로 만든 경주법주의 화랑 등이다. 화랑는 전국 시장을 마케팅 대상으로 하고 나서 연간 60억원어치 이상이 팔려나간다.

두산과 진로 등 큰 술 메이커들이 군주나 천국 등을 내고 약주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소비자의 변화와 유관하다.

1996년 설립된 배상면주가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같이 차게 해 마시는 4계절 전통주의 선호에 그 원인이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J섹션 조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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