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등 노동현안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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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발전 노조 파업 사태와 공무원 노조 출범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극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5일 근무제와 공무원 노조 문제 등 굵직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상당 기간 표류하게 됐다.

발전 노조 사태와 관련, 정부와 발전 회사는 25일 미복귀자 3천9백여명에 대한 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사상 유례 없는 해직 규모다. 집단 해고로 전력 공급이 달릴 경우 일부 업종의 전기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번에 노조에 밀릴 경우 공공 부문 사업장에 대한 민영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맞서 전국 연대 총파업을 공언했다. 26일 열리는 긴급 대의원 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정리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국 사업장이 총파업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 국민 불편 등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분 축적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 같다.

이밖에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 공무원 단체들이 각각 노조 출범식을 강행함에 따라 공공 부문의 긴장이 한창 고조되는 판이다.

노정(勞政) 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돼 각종 노동 현안이 미궁에 빠지고 있다. 노사정위에서 올해 처리해야 할 핵심 사안은 ▶주5일 근무제 도입▶공무원 노조 인정▶비정규직 보호 대책 등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한국노총은 "발전 노조와 공무원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노사정위의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4~5월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월드컵·대선 등을 감안하면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 도입 문제는 노조 출범식 주동자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비정규직 보호 대책 역시 정부가 아직 뚜렷한 검토안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노조가 지금처럼 대립하면 노동 현안의 타결이 모두 미뤄질 것"이라며 "자신들의 원칙은 지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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