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영화서 惡役 하고파" 최지우 "발음이 좋아졌대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배용준(29).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차가운 이미지, 할 말만 하는 지나친 깍듯함은 연예인이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와 마주하는 순간 모든 기우(杞憂)는 사라졌다.

"이리 바싹 다가와 앉으세요. 너무 멀잖아요." 처음 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습은 영락없는 TV 속 준상이었다. 지난 19일 KBS '겨울연가'종영 후 각종 CF 촬영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활기차 보였다.

"옛날 같으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휴식을 취했겠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를 부리지 않을 겁니다.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연기력을 더 쌓아야겠어요." 더 이상 쉬지 않겠다는 것. 한 작품을 마친 뒤 6개월 넘게 완전히 휴식하곤 했던 그로서는 큰 변화다. "지난해 MBC '호텔리어'를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감이 잡혔어요.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앞으로는 다작(多作)을 할 생각입니다."

그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영화 쪽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겨울연가' 촬영 중에도 영화 시놉시스 20~30편을 읽으며 고심했다. "TV에서 멜로물에만 출연해 왔으니 영화에서는 좀 튀는 인물로 변신하고 싶어요. 악을 선으로 포장한 그런 남자, 배용준이 저런 사람이었나 하는 그런 남자."

대성공을 거둔 '겨울연가'가 끝나 아쉬움이 많을 듯도 한데 그는 "지긋지긋한 추위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며 고개를 젓는다.

"에이, 추위라면 제가 더 탔지요. 한번은 스키장에서 눈물을 조금 흘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추운 바람에 서러워서 막 울었지 뭐예요." 옆에 있던 최지우(26)가 거든다. 둘다 추위를 너무 타는 체질이라 '겨울연가'하면 눈과 바람·추위만 떠오른다며 깔깔 웃는다.

이번 드라마의 성공으로 자신감에 차 있는 최지우지만 그녀 특유의 '혀 짧은 소리'를 하자 금세 얼굴이 굳어졌다. 폴라리스 목걸이·꽈배기 목도리뿐만 아니라 '땅혁이(상혁이)''둔상이(준상이)'등 최지우 발음을 패러디한 이름들이 유행을 타면서 속도 많이 상했단다.

"사람들이 자꾸 제 발음을 이상하게 들으려고 하니깐 그런 것 같아요. 저 사실 발음 연습도 많이 하고 실제로 좋아졌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용준이 오빠도 제 연기력이 많이 늘어서 깜짝 놀랐대요."

겨우 내내 촬영으로 몸이 많이 허약해졌다는 최지우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기로 했다. 반면 스포츠 매니어인 배용준은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좋은 줄을 이제야 알았다"며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울 계획이다.

"너, 운동 열심히 해야 된다"(배용준), "피아노 연주회는 계획하셨나?"(최지우) 스스럼 없는 이들의 대화는 한동안 계속됐다. '겨울연가 유진이 테마'로 휴대폰 벨소리를 맞췄다는 두사람. 항간의 열애설과 달리 이들은 그저 사이좋은 오누이 같았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