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첫 국제기구 ‘GGGI’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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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가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제2차 동아시아 기후포럼에서 공식 출범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GGGI 설립 계획을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GGGI는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녹색성장을 정책화하고 이를 국제 기준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국제기구다.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기구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인 IPCC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 기구는 온난화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탄소배출량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녹색성장 모델을 개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GGGI가 이 같은 ‘틈새시장’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선점하면, 한국이 국제사회에 선제적으로 제시한 이슈인 ‘저탄소-녹색성장’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GGGI는 이날 공식 출범과 동시에 브라질·인도네시아·에티오피아의 녹색성장 계획을 수립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의 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녹색성장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대신 짜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녹색성장 모델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GGGI의 이사회 의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맡고 있으며, 기후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인 니콜라스 스턴과 토머스 헬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부의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 정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사무처 요원 20여 명만 근무하고 있지만, 2012년까지 5개국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명실상부한 국제기구로서 틀을 갖출 계획이다. 또 공모를 통해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인사들 중에서 GGGI의 실질적 운영을 책임질 소장(Executive Director)을 뽑기로 했다.

이 계획이 모두 실현되면 GGGI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가 된다.

GGGI가 초기 3년간 활동하는 데 필요한 재원 1000만 달러는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사무소가 생기면서 본격 국제기구로 탈바꿈하는 2012년에는 활동에 필요한 재원 5000만 달러 중 80% 정도를 외국 정부와 민간기구에서 조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미 지구온난화 방지단체인 ‘클라이밋 웍스(Climate Works)’ 등이 200만 달러의 자금을 GGGI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GGGI는 ‘비전’을 넘어 ‘실천’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며 “GGGI는 (녹색성장 분야에서) 정책적·기술적 솔루션(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국가 간 조약에 의한 국제기구로 (GGGI를) 발전시키겠다”면서 “정부는 사업과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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