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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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저금리의 가장 큰 부작용은 앞으로 금리가 다시 오를 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저금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빚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5%포인트 가량 오른 상태다.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자파산과 신용불량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신용불량자 증가율이 지난해 3분기 말 31%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했던 1998년(42.5%)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한복환 금융감독원 신용정보팀장은 "경제적 회생 가능성이 있고 연체금 상환의지가 확인된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재기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출을 받은 고객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곧바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여신을 줄이고 가계대출 비중을 50% 수준까지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부문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대출이 특정부문에 집중되면 금융기관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산운용을 다양화하는 한편 여신심사기법을 선진화하고 신용한도를 차별화해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수지도 상당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제조업체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전년도보다 0.9%포인트 줄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1.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이 1백%에 못미치는 기업도 36.3%로 전년보다 8.7%포인트 늘었다. 매출이 늘기 전에 금리가 먼저 오르면 일시적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이성규 부행장은 "기업들이 저금리의 꿀맛에 젖어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며 "수익성이 없는 부문을 과감히 잘라내 경쟁력을 키워야 금리상승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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