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성장률 3.7%… 연간 3.0% "內需가 바닥탈출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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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분기에 3.7%를 기록해 연간으로 3%에 달했다고 20일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초 4분기 성장률이 3.0%, 연간으로는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보다 다소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중국(7.3%)·인도(5.4%)보다는 낮지만 미국(1.2%)·일본(-0.5%)·대만(-1.9%)·싱가포르(-2%) 등보다는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 기준으론 1천1백49만원으로 전년보다 4% 늘었으나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달러 기준으로는 8천9백달러로 전년(9천7백70달러)보다 8.9% 줄었다.

또 저금리 때문에 지난해 저축률은 29.9%로 1983년(29%)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지난해 성적은 내수 덕분=지난해 GDP 통계에서 분명히 확인되는 것은 내수가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기여한 비율은 2000년 57.8%에서 지난해 22.8%로 크게 떨어진 반면 내수가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같은 기간 42.2%에서 77.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율은 같은 기간 24.6%에서 99.9%로 뛰어올랐다. 건설부문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지난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국민총생산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0.3%에서 2001년 87.2%로 낮아졌다. 대외 의존도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과 재정 확대에 힘입은 내수 위주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내수 위주 성장으로는 국제수지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와 재정지출로 내수를 부추기면 소비재 수입이 늘고, 부동산값이 급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는 의미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거시경제팀장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은 4%대 중반, 2분기는 5%대로 갈 가능성이 크므로 2분기에는 내수 위주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격 상승세에 들어섰나=한은은 2000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우리 경제가 지난해 3분기에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부동산 가격 상승, 수출 설비투자 감소폭 둔화 등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鄭국장은 "4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 1.6%는 연율로 따지면 6%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鄭국장은 특히 "미국 경제가 1분기부터 본격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많은 점으로 봐 우리나라 수출도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수출이 되살아나면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설비투자는 당분간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鄭국장은 관측했다. 투자 부진이 본격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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