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주류 "이게 수습책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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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내놓은 수습안에 대한 김덕룡(金德龍)·홍사덕(洪思德)의원과 비주류측의 반응은 싸늘했다.

金·洪의원은 19일 긴급 회동한 뒤 李총재를 맹렬히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李총재의 수습방안은 한나라당이 앞으로도 李총재의 1인지배 정당임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거짓과 위선, 그리고 미봉책으로 점철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 개혁과 정당 민주화라는 시대적 대의에 역행하는 李총재의 수습안은 정권 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을 유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金의원은 본지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이 이회창 사당(私黨)임을 전세계에 공표한 것"이라며 "국민이 정권교체하라고 몰아준 표를 자기 손·발로 차버리는 것"이라고 李총재를 비난했다. 이들은 탈당문제를 심각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김덕룡계' 일부 의원의 동반 탈당설도 나온다. 이성헌(李性憲)·김영춘(金榮春)의원의 거취가 주목되는 가운데 김영춘 의원은 21일 당직(대외협력위원장)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파인 김원웅(金元雄)의원도 서상섭(徐相燮)의원과 만나 "더 깊은 차원에서 고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부 당직자와 '범(汎)주류측' 의원도 "기대에 못미친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수습책으로서 작동하지 않는 느낌"(崔秉烈부총재),"원칙을 그대로 지키거나 화끈하게 받거나 둘 중 하나였어야 한다"(朴寬用의원)는 말들이 나왔다. 김만제(金滿堤)의원도 "총재가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의총에서 당직자들은 의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총재의 결단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다. 그러자 이부영(李富榮)부총재·서상섭 의원 등이 "무슨 소리냐. 토론을 거쳐야 한다"며 반발했다.

李부총재는 "총재의 수습안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라며 "그게 비주류를 붙잡을 안이냐"고 꼬집었다.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주장한 미래연대 소속 김부겸(金富謙)의원은 "국민의 감동을 반감시킨 기자회견"이라며 "총재는 당 내부의 편향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렬 부총재도 "총재의 결단은 탈당 억제 효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메시지 전달, 사전 내부 조율 등 세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를 인정한 절충안이므로 서로 양보하고 단합하자"(孟亨奎의원)는 등 주류측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의원들은 "또 흔들려선 안되므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는 崔부총재의 제안에 따라 박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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