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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자원봉사 지도자 회의’ 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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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구체적으론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원봉사 지도자회의’ 형식의 국민적 캠페인을 벌이는 일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여론이 분열돼 국가 대사가 걸핏하면 좌초해 한 발자국도 내디디지 못하는 판국에서 헤어나려면 국민이 동참하는 대대적인 화합의 자리가 이제는 필요하게 되었다. 그 한 가지 방법으로 국가지도자가 자원봉사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국적인 한마당을 국민 앞에 펼쳐 주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우선 이념의 벽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공공선과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 중심의 운동이어서 사회통합에 가장 유효하다. 봉사 경험을 통해 국민들은 민주시민다운 자치능력을 높이고,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이런 캠페인의 실제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 주재 자원봉사지도자회의’(The President’s Summit for America’s Future)에서 찾을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27일부터 사흘간 필라델피아 시에서 개최한 기념비적 행사였다.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인 시민의 자발적 참여 및 자원봉사의 진흥을 위해 민간의 자원봉사 대표기구와 국가봉사단이 주관해 대통령 등 4000여 명이 참여했다. 전·현직 대통령 6명, 52개 주정부와 115개 지방자치단체장, 의회, 언론, 종교, 대학, 교육, 기업 부문 등의 대표가 참가하고 콜린 파월 퇴임 합참의장이 사회를 맡았었다.

이를 시발로 2002년까지 5년에 걸쳐 200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1999년에는 미국 전역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역대 최고인 54%에 이르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식 전날(올해 1월 19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기념일인 ‘봉사의 날’에 직접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날만 해도 전국에서 1만2100가지 프로젝트에 수백만 명의 미국민이 참여해 봉사를 실행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긋지긋한 갈등을 극복하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사회의 각 부문에서 공동체적 관계를 회복하고 국가적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해 실천할 때도 되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런 모임을 한 번 개최해서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마음과 힘을 모으는 노력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자원봉사계도 스스로의 힘을 확인하고 나라의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