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분 수습 이회창카드 : 大選후보에만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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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8일 저녁 만찬을 겸한 총재단회의를 열었다. 당 내분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李총재는 회의 서두에 "당이 흔들리는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나는 오늘 귀만 갖고 왔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오늘은 술을 좀 마시자"며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오후 6시40분쯤 시작된 회의는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만큼 많은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내분을 잘 수습하자는 결의가 대단했다"고만 했을 뿐 논의 내용에 대해선 일제히 함구했다.

한 부총재에 따르면 정국 상황에 대한 李총재의 위기의식은 상당히 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분이 오랫동안 지속된 데다 정국의 흐름에서도 한나라당이 소외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주말마다 전국 순회 대통령후보 경선을 통해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朴槿惠)의원의 탈당으로 대선후보 경선이 의미가 없어졌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돌풍은 '이회창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李총재의 호화빌라 거주 파문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李총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책을 제시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을 작정이다. 그 핵심은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재가 오는 5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에만 나가되, 총재 경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무는 다른 인사들에게 넘겨준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하면서, 즉 원칙을 지키면서도 비주류의 요구사항은 거의 모두 수용하는 셈이 된다. 여기엔 물론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은 '원칙(대선 후 도입)에 어긋나므로 안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의 핵심인 당권·대권은 분리되므로 '李총재 1인지배 체제' 문제는 더이상 논란거리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그러면 총재직은 누가 맡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총재감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나중에 당원들이 논의할 사안이라는 게 李총재의 입장이라고 한 특보는 밝혔다.

'측근정치' 문제에 대해선 李총재가 일단 유감을 표명하고, '공정한 경선관리'를 다짐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으로 알려진 일부 중진의 백의종군 방안은 "그럴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 검토하다 그만뒀다고 한다. 당사자들의 반발도 감안했다.

그러나 李총재가 총재 경선에 나서지 않으면 이들도 총재·부총재 경선 출마를 자제하는 등 운신에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수습책에 대해 김덕룡(金德龍)·홍사덕(洪思德)의원측은 "내일 회견을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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